마이클 샌델 하버드大 교수 "월街 시위도 결국 시장과 정의 문제"
"시장과 정의를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 지상주의 시대에 대한 도덕적 유죄 평결 같은 것입니다. "

밀리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9 · 사진)는 12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미래엔 출판사와 차기작 《시장과 정의(What money can't buy:The Moral Limits of Markets)》 한글판 출간 계약을 맺고 "월가 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자체,그리고 미국 정부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분노와 좌절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샌델 교수는 "월가 시위는 근본적으로 정의와 공정성 관련 문제"라면서 "호황기에는 많은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위기시에는 막대한 피해를 납세자들에게 전가하는 미국 금융산업 구조에 대한 분노가 결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권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도 어떤 조건 없이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책임성에 문제가 생겼다"며 "월가에 대한 분노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득은 개인화했으나 손실은 사회화했고,빈부 격차가 너무 커지는 등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며 "부의 분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그리스 금융위기 해법과 관련,"원래 채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은 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한 인플레이션으로 그 차이를 메우는 정책을 펴야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화를 쓰고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유럽연합은 정치적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형성됐는데 이제는 그게 유럽 국가들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가 낭비를 많이 해서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됐다고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공정성의 잣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샌델 교수는 최근 국내 무상급식 논의에 대해 "정의와 공정성과 관련한 두 철학적 관점의 대립이 실생활에서 구현된 흥미로운 사례"라며 "외부인으로서 어떤 입장이 옳은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주제와 관련해 공개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