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반월가 시위가 4주째로 접어들면서 구체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전국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에 동조해 한목소리로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지난 9월17일 시작된 미국의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는 3주 만에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참여 시민도 청년층을 넘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아이스크림 업체인 밴앤드제리는 업체 중 처음으로 반월가 시위를 공식 후원하고 나섰다.

시카고 시위대는 시위대 중 처음으로 정부에 공식 요구할 12개 제안 항목을 작성해 지난 10일에 부유층 세금감면 제도 폐지,'월가 범죄자' 기소를 공식 요구 사항으로 채택했다. 이어 시카고에 위치한 미국의 양대 선물거래소인 CME와 CBOT를 소유한 CME그룹과 시카고옵션거래소에 건당 25센트의 파생상품거래세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세금이 연간 14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시카고에서 4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위는 세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사이트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는 15일을 '전 세계 시위의 날'로 정했다.

유럽시위의 집결지인 브뤼셀엔 15일 시위에 앞서 11일 현재 각국 선발대 400여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브뤼셀의 공원에서 '부의 공정한 분배'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등 시위 열기를 높이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오는 15일 은행에 대한 항의 시위인 '파라데플라츠를 점령하라(Occupy Zurich's Paradeplatz)'를 벌일 예정이다. 시위대는 주요 은행들이 위치한 취리히의 파라데플라츠에 최대 1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엔 취리히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유럽 곳곳에서도 반(反)은행권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