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전략과 맞으면 韓기업과 손 잡을 것"
"한국은 화장품 회사들의 파라다이스입니다. "

장 폴 아공 로레알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여성들이 매일 평균적으로 아침에는 6개,저녁에는 5.5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화장품을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레알그룹이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전 세계 기자들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공 회장은 1978년 로레알에 입사한 뒤 아시아지역 총괄,미국 지사장 등을 거쳤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로레알그룹을 이끈 지는 6년이 됐다. 그는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화장품시장은 미국시장보다 경쟁이 더 거세다"고 평가했다.

로레알그룹은 랑콤 키엘 비오템 랄프로렌 등 23개 인터내셔널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국에선 14개 브랜드를 선보였다. 아공 회장은 "각국의 상황에 따라 자원 비용 인력 등을 고려해 브랜드를 내놓는다"며 "대신 한 시장에서 로레알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활발하게 경쟁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화장품시장 1위인 로레알그룹이지만 한국에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 업체들이 앞서고 있다. 아공 회장은 "한국 화장품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지만 로레알은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백화점에서는 랑콤 키엘 등 로레알그룹의 럭셔리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한다"며 "앞으로의 전망은 훨씬 더 밝다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로레알그룹은 로레알 프로페셔널,로레알 파리,케라스타즈,이네오브 등 4개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를 인수 · 합병(M&A)했다. 랑콤(1964년),비오템(1970년),키엘(2000년),더바디샵(2006년) 등 19개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에서 M&A한 브랜드다. 일본(슈에무라)과 중국(유사이)에서도 현지 화장품 브랜드를 M&A했다.

아공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나온 매물을 살펴보고 있고 현금도 충분하다"면서도 "M&A할 때는 인수가격보다 그룹 전체의 전략과 맞는지,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인수계획에 대해선 "로레알그룹과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한국 업체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화장품 시장은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공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는 미디어의 보도와 달리 화장품에 대한 소비성향은 큰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시장 브랜드를 막론하고 매출이 꾸준하거나 조금 성장한 편이었다"며 "아시아를 포함한 나머지 시장에서는 소비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헤어제품이 주를 이루는 '프로페셔널 시장'도 아시아에서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로레알그룹은 10년 안에 10억명의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할 방침이다. 아공 회장은 "중국 인도 브라질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중"이라며 "미국 등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도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뉴욕=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