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손실은 계산불능일 정도다. 행정비용이 급증하고 법률 간 충돌로 국민들이 골탕먹고 있다. 최근에는 의원입법이 양산되면서 부실입법도 덩달아 급증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한경이 1면에 보도한 제약사들의 판매대금 갈등 문제는 그런 허다한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헌법소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2004년까지 연간 100건에 불과했던 헌법소원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464건으로 급증했다. 개별 법령이 헌법 정신을 어긴다며 구제를 신청하는 사례가 이렇게 늘고 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이 더욱 큰 문제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지역구나 관련 집단의 이해에 상응하는 법률안을 얼마나 발의했느냐에 집중되면서 설익은 입법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명의만 빌린 '청부 입법'이 극성을 부리고,법안 내용도 모른 채 동료 의원의 법안을 공동 발의해주는 '품앗이 서명'이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8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의원 1명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29건,공동 발의한 법안은 435건이나 됐다. 17대 국회 때는 1236건의 법률을 공동 발의한 기록이 있었다니 자신조차 무슨 법안에 이름을 올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의견수렴도 부족하다. 18대 국회에서 제 · 개정된 법률 가운데 공청회를 거친 경우는 10건 중 2건꼴에 불과하다. 공청회라해봤자 형식절차인줄 모두가 안다.

이익집단의 로비에 휘둘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세종시법 과학비즈니스벨트법 미디어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목회 사건과 같은 불법 로비는 기본이다. 상법개정안에 묻혀 있다 뒤늦게 난리법석이 난 준법지원인 제도 역시 그런 경우다. 입법이 이처럼 마구잡이로 이뤄지지만 입법 감시는 없다. 선진국이 입법평가를 제도화하고 부실입법을 차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상위법이나 다른 법과 배치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의 '정략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느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엉터리 입법이 늘어나면 사회경제적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행정권은 비대해지고 사법부는 수렁에서 헤매야 한다. 법이 부실하니 판사들의 '맘대로 판결' 또한 급증한다. 정치 타락이 입법 타락으로 이어지면서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악순환이다. 방망이를 두드린다고 다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 입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다간 입법 감시부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