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11일 베이징을 공식 방문했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푸틴 총리는 16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이틀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원 총리 등과 잇달아 회담을 갖는다. 푸틴 총리의 방중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양국은 7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및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은 푸틴 총리의 방중으로 4년째 지지부진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총리와 원 총리는 2014년부터 30년간 러시아가 매년 700억㎥가량의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2008년 합의했다. 그러나 공급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여 4년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이고르 세친 부총리 간 실무협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과 석유회사 로즈네프트 회장 등도 수행원에 포함됐다. 다만 이번 방문 기간에 최종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에너지 외에도 금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푸틴 총리의 방문에 앞서 70억달러(8조원)에 달하는 각종 무역 및 경제협력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양국 관료들이 16개 협정에 서명했으며 기술 이전,연구 · 개발,광산 개발 등의 분야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 푸틴 총리는 후 주석 등과 중동 · 유럽 지역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과 6자회담 참가국 지도자로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직 복귀가 확실시되는 푸틴 총리가 중국을 방문함에 따라 양국의 협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날 '중 · 러 양국 관계는 사상 최고의 밀월기'란 제목의 사설에서 "올해는 중 · 러 우호협력조약 체결 10주년인 동시에 중 · 러 전략적협력 파트너 관계 성립 15주년이 되는 해"라며 "두 나라의 공동 노력으로 역사상 최고의 밀월기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kim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