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재정 통합 없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심스 교수와 사전트 교수는 이날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및 재정적자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쉬운 해결책은 없다"면서 "경제학적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지만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8세 동갑내기에 하버드대 경제학 대학원 동기인 이들은 40년 넘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투자,국내총생산(GDP),인플레이션,실업률 등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왔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이들을 나란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건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와 재정위기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들의 연구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을 찾은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두 분은 통계학과 수학을 경제학에 접목시켜 거시경제학이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일조한 학자들"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수상자들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개발해온 모델을 적용해 미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실시해온 재정정책을 평가해 달라.

△크리스토퍼 심스=그렇게 간단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사이에 미국은 단기적으로 지나친 재정긴축을 피하면서 장기적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완화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기적인 재정압박은 안 그래도 약한 경제에 더욱 해를 가할 수 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경제학적으로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다. 정치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토머스 사전트=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재정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지속가능성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세금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금,은퇴자들을 위한 의료보험 등 그동안 정부가 쏟아냈던 약속들을 지키기 어렵다. 신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약속 중에 어떤 약속이 먼저 깨질지 불확실하다. 세금이 오를 것인지,사회보장혜택이 줄어들 것인지,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문제다.

▼유럽 경제에 대해 전망한다면.

△심스=나는 그리스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는 등 유럽통화연맹(EMU)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논문에도 썼지만 채권을 발행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통합된 재정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공동 통화 체제는 불안정(precarious)할 수밖에 없다. 유로존은 중앙은행은 있지만 통합된 재정기구가 없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협력이 필요할 때 대응방법이 없다. 유로존은 재정부담을 나누고 재정기구들을 유럽중앙은행(ECB)과 연결해야 한다. 지금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에 이 같은 연결이 없다. 따라서 유로존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그리스 등 몇몇 약한 국가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전트=심스 교수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1780년대 미국은 사지가 마비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가였다. 13개의 주가 각각 세금을 걷고 돈을 찍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너무 약한 중앙정부를 가지고 있었다. 중앙은행도 없었고 세금을 부과할 권한도 없었다. 주들은 각자 부채가 있었고 중앙정부도 마치 유로본드처럼 부채가 있었다. 부채들은 계속 가치가 떨어졌다. 결국 1787년 13개 주가 모여 부채를 새로운 연방정부의 부채로 합치기로 한다. 그리고 연방정부가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이 같은 과정은 유로존 국가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매우 복잡하면서도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프린스턴(미국)=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