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마스터플랜] '3층 연금탑' 쌓으면 노후가 든든
스위스 취리히 시내 인근의 소도시 레브리스에 위치한 한 양로원.마치 고급 리조트를 보는 듯한 이 양로원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빌리 마그 씨(92)는 한 달에 우리 돈 500만원 정도인 4000스위스프랑을 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가입했던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을 통해 매달 5000스위스프랑 정도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민연금,퇴직연금과 비슷한 두 연금을 통해 노후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마그 씨와 같은 노후 생활을 누리는 게 과연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노후를 인생의 절망기가 아닌 인생의 황금기로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은퇴 후 소득원 마련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금의 3층 보장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1층이라면,안정적인 생활에 필요한 퇴직연금이 2층이다. 마지막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3층의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공적연금으로 기초생활 보장

대표적인 공적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으로 가장 기초적인 노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사망 때까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가입할수록 개인의 재테크 측면에서 유리하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지급하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가입 후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고 만 60~65세가 넘어서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의무 가입 대상인 직장인과 달리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나 학생 등은 가입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들을 위해 '임의가입'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들의 가입률은 낮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이 있다면 지역 가입자로 가입하면 된다.

최상의 선택은 부부가 함께 가입해 노후를 위한 기초공사를 해두는 것이다.

◆소득 보장하는 퇴직연금

직장을 갖게 되면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연금이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5인 이상 사업장에 시범 도입했고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에 가입토록 의무화했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 수령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DB형)과 회사가 일정액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알아서 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한국 직장인들은 DB형을 선호한다. 약 70%는 DB형이다.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률이 투자 수익률보다 높다면 확정급여형을,그 반대라면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5년 말 163억원에서 2006년 7568억원,2007년 2조7550억원,2008년 6조6122억원,2009년 14조248억원 등으로 늘었고,올해 말에는 5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의 노후를 위해 회사가 일정 금액을 따로 적립해 노후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잘 활용하면 공적연금에 더해 든든한 노후생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개인연금으로 윤택한 삶을

연금의 3층 구조 가운데 마지막 단계가 개인연금이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최소 10년 이상을 적립하면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개인연금은 스스로 상품을 골라야 하는 만큼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개인연금 중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이 많다. 연간 납입 보험료 가운데 4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이익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이연해준다. 다만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와 연금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개인연금은 은행권의 연금저축예금,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증권 · 자산운용업계의 연금저축펀드 등으로 다양하다. 연금저축예금과 연금저축보험은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데 반해 저금리와 높은 수수료로 수익률이 낮다. 은퇴가 임박한 근로자가 아니라면 장기 투자로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가 유리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도움말=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