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마스터플랜] 차곡차곡 쌓아 '꿋꿋'…하락장 손실 덜나고 반등장서 수익 회복 빨라
유로존 재정 불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각종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올 들어 고공행진하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순식간에 떨어졌다. 지난 금융위기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은 많지만 불확실성이 언제 가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타이밍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 투자자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적립식 펀드란 일정 기간마다 일정 금액을 나눠 장기간 투자하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매월 혹은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수익률이 떨어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적립식의 매력은

[100세 시대 마스터플랜] 차곡차곡 쌓아 '꿋꿋'…하락장 손실 덜나고 반등장서 수익 회복 빨라
적립식 펀드는 노후대비를 위해 혹은 향후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효과적인 투자방법이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무엇보다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상품에 비해 장기간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훨씬 높다. 하락장에서 거치식 상품에 비해 손실이 덜나고,반등할 때는 훨씬 빨리 수익률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 말부터 투자한 적립식 펀드는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최대 32%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8개월 만에 원금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 같은 기간 최대 48%의 손실을 낸 거치식 펀드는 원금을 회복하기까지 무려 3년6개월이 걸렸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서도 8월 급락장에서 적립식과 거치식 모두 수익률이 나빴지만 이후 적립식 펀드는 조금씩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이의 비결은 '매입단가 평준화'(cost averaging ·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 덕분이다. 매입단가 평준화란 같은 금액을 투자할 경우 주가가 높을 땐 살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주가가 낮을 때는 매수량이 늘어나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지금처럼 증시가 급락할 때는 낮은 가격으로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향후 회복 국면에 들어갔을 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주가가 급등하면 사들이는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향후 주가가 떨어져도 손실 규모를 제한할 수 있다.

◆투자할 때는 비용부터 따져야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때는 수수료 체계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크게 판매수수료와 보수로 나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덜 드는 펀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판매수수료는 펀드에 최초 가입할 때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 내는 비용이다. 반면 보수는 매년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판매보수 외에도 펀드를 대신 굴려주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관리하는 신탁회사 등에 내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흔히 펀드 이름에 붙어 있는 알파벳 'ABC'는 판매수수료와 보수를 어떤 식으로 부과하는지 표시해둔 것이다. 예를 들어 A클래스는 가입할 때 판매수수료를 내야 하고,B클래스는 펀드를 환매할 때 뒤늦게 판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 펀드는 A클래스다. C클래스는 선취든 후취든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매년 지불해야 하는 보수가 A클래스나 B클래스에 비해 높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장기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때는 선취로 판매수수료를 내는 펀드가 유리하다. 판매보수는 오래 투자할수록 보수가 낮아지는 체감식 보수체계 제도(CDSC) 도입으로 장기투자를 할수록 유리하다. 지금은 3년차 투자펀드에 0.99%,4년차 이상 투자펀드에 0.90%의 보수율을 적용하지만 향후 보수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사후관리도 중요

적립식 펀드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다. 적은 돈으로 주식 채권 대안투자 등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적립식 펀드의 매력이다. 보너스 등 비정기적인 수입이 생길 때 투자금액을 늘릴 수 있는 자유적립식 펀드가 있는가 하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따라 적립 금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잘 골라야 한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단순히 매월 자금을 납입하는 데 그치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주식형 펀드로 일정 기간 투자해 목표한 수익을 올렸다면 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주식형 펀드의 매입단가 평준화는 원금 규모와 적립 금액의 차이가 클수록 효과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적립식 투자로 원금이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면 매월 몇 십만원을 투자해봐야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