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진화] 단지안에서 '원스톱 라이프'
# 10년 만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A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가 마련한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가 갈고 닦은 기술과 노하우를 쏟아부어 지은 수도권의 새 아파트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단지 내 스포츠센터를 찾는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눈 뒤 러닝머신에 올라 땀을 낸다. 골프연습장에서 스윙을 가다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우나에 들러 기분좋게 씻고 집으로 돌아온다.

# A씨의 집은 전용 85㎡로 4베이(bay) 평면이다. 방 3개와 거실이 모두 전면에 배치돼 햇볕이 잘 들고 통풍도 잘된다. 가로 길이가 긴 구조여서 발코니 면적도 넓다.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남향에 맞통풍 구조인데다 지열 태양열 등을 이용,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까닭에 관리비는 다른 아파트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다.

# 집 내부 구조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내력벽이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둥이 건물 하중을 받치는 무량판 구조여서 가능한 일이다. 책 장난감 등 아이들 물건이 많지만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설계돼 좁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방 2개를 자녀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 혼인 시킨 뒤엔 방 1개를 임대줄 수 있는 구조로 바꿀 생각이다. 출입문을 따로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파트 내부는 한옥 모습 그대로다. 평소 전통적인 것을 좋아해 한옥형 인테리어를 선택했다. 분양 당시 건설회사는 평면 인테리어 등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했다. 200개가 넘는 항목을 자신이 직접 결정했다.

# 출근하는 것도 쉽다.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 간다. 아이폰에 받아둔 앱으로 차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집 바깥에서도 집안 온도 습도를 조절하거나 가스잠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퇴근 후엔 자기 개발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독서실을 찾는다. 온라인을 통해 업무상 필요한 일본어를 공부한다. 아이들은 옆에서 책을 보거나 영어회화를 배운다. 이곳에선 온 · 오프라인을 통해 학원가에도 뒤지지 않는 외국어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을 따로 학원에 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아파트의 진화] 단지안에서 '원스톱 라이프'
# 아파트에 입주한 이후 주말 가족나들이가 많이 줄었다. 아파트 단지 자체가 공원이어서다. 단지 안에 갈대와 연꽃이 무성한 연못이 있다. 금강산 모습을 본뜬 작은 언덕과 폭포도 있다. 단지 곳곳에 심어진 울창한 나무는 강원도 펜션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단지 안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밖을 바라보노라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가족들과 함께 단지 내 극장이나 노래방을 찾기도 한다. 파3 미니골프장이나 스크린골프장에서 라운딩도 즐긴다.

아파트가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단지 안에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아파트의 진화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평면,인테리어,조경,커뮤니티시설,지하주차장 등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병풍''성냥갑''닭장' 등의 비아냥을 듣는 것은 옛날 일이 됐다.

외관부터가 그렇다. 해외 최고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아파트까지 등장하면서 '그렇고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손잡고 공급한 '수원 아이파크 시티'가 대표적이다. 천편일률적인 발코니를 배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면서 외관도 다양한 모습을 갖기 시작했다.

단지 내 조경은 고급주택 앞마당이 부럽지 않다. 우리의 자연이 단지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첨단 운동시설이 곳곳에 배치되고,지능발달과 학습 기능까지 고려한 놀이터도 들어서고 있다. 커뮤니티시설의 진화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이웃사촌으로 만들고 있다. 수영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에서 친분을 다진 이웃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전국을 누빈다.

아파트의 변신은 시장 침체기를 맞아 분양을 성공시키려는 건설업체들의 노력이기도 하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삭막함의 상징이었던 아파트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풍요로운 삶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공동주택 개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의 진화] 단지안에서 '원스톱 라이프'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