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방문한 러시아 대표단에 제안

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주의 지도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가진 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는 별도의 새로운 전략적 동맹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암 투병 중인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를 전격 방문한 이고리 세친 부총리 등 러시아 대표단과의 화상 회의에서 "세계에 석유 대국은 4~5개 정도이고, 그 중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도 포함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를 포함한 석유대국들이 국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세친 부총리 등은 이날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와 공동 개발하는 현지 유전 지대를 방문해 수도 카라카스에 머물고 있던 차베스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열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전략적 동맹체가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12개 회원국이 속한 OPEC와 대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표단의 세르게이 슈마트코 에너지 장관은 "양국이 2대 석유대국이라는 데 동의하며,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국제 석유 시장의 미래가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화답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제안에 우회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날 대표단은 '오리노코 강 유전지대'의 '후닌-6' 광구를 시찰했다.

이 광구는 526억 배럴의 원유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유전이다.

후닌 광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측 컨소시엄 업체 'NNK'와 베네수엘라 업체 PDVSA는 오는 12월부터 시추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군사·에너지 분야 등에서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와 각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나도는 가운데 러시아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전격적으로 세친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늦게 유전 지대 시찰을 끝낸 러시아 대표단을 카라카스의 대통령 궁으로 불러 환대한 것으로 알려 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