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구매 일순위다. 하지만 신상품이라고 늘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국산 및 수입 신차가 70여종이 쏟아진다. 이중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본 베스트 신차가 있는 반면 출시 전 업계 주목을 받았으나 판매가 저조한 워스트 신차도 있다. 올 3분기까지 국내 출시된 신차 가운데 판매량이 저조한 모델과 잘 팔린 모델을 살펴봤다.

◆ 코롤라·퓨전·캡티바 "안 팔리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및 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출시된 신차 가운데 도요타 코롤라와 포드 퓨전의 판매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이들 두 차종은 해외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로 명성을 떨쳤으나 한국 시장에선 판매 부진에 빠졌다.

우선 일본 도요타의 준중형차 코롤라는 지난 3월부터 차량이 출고돼 지난 9월까지 7개월간 고작 167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이어 지난 8월과 9월에도 각각 15대, 9대에 그쳐 하반기에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요타는 코롤라를 출시하며 전 세계 3700만대가 팔린 월드 베스트셀링카로 40초마다 1대씩 팔린 차로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또한 신차 발표회 때 "한국 시장에서 코롤라를 연간 1800대, 월 150대씩 팔겠다"고 밝혔다.

코롤라의 부진은 1.8리터 동급 경쟁차인 닛산 큐브의 판매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부각된다. 큐브는 출시 이후 2개월간 855대가 신규 등록됐다.

코롤라 판매 침체에는 차값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큐브가 국내 수입차 최저 수준인 2190만원부터 가격이 책정됐으나 코롤라 차값은 2590만~299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코롤라가 국내에서 안 팔리는 이유로 국산차와 비교해 수입차가 갖는 차별화 된 특장점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코롤라의 디자인과 상품성이 수입차를 타는 고객들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제품 특성상 국산차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고객 잡기에 실패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간판' 승용차 퓨전도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퓨전을 지난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갔으나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108대. 지난달 출고 대수는 고작 5대에 그쳤다.

퓨전은 미국 시장에선 인기 차종으로 꼽힌다. 올 1~9월까지 총 18만8439대가 팔리면서 도요타 캠리와 닛산 알티마에 이어 승용차 부문 판매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중형차 고객들은 안락한 실내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을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꼽는다"며 "퓨전은 경쟁차와 비교해 실내 인테리어 등 상품성이 국내 소비자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쉐보레의 캡티바도 신차 효과가 사라진 대표적인 차종이다. 한국GM이 윈스톰 후속으로 지난 4월 내놓은 캡티바는 지난달 200대가 팔려 작년 9월 구형 윈스톰의 판매량(609대) 보다 67%나 감소했다. 8월에도 180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특히 캡티바의 경우 같은 쉐보레 RV 차종인 올란도가 지난 8월 1780대, 9월에 1792대가 팔린 점을 감안하면 판매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 미니 컨트리맨·지프 컴패스 '복덩이 신차'

신차 효과가 실종된 모델이 있는 반면 잘 팔리는 '복덩이 신차'도 있다. 국산차는 기아차 모닝과 현대차 그랜저가 신바람 판매를 이어나갔다. 올 1~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신형 모닝이 8만4621대, 그랜저가 8만348대다. 두 차종은 쏘나타보다 판매가 더 잘 됐다.

수입차 중에선 폭스바겐 신차들이 재미를 봤다. 골프 1.6 TDI 블루모션, 제타 2.0 TDI 등은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 1146대, 853대를 각각 올렸다.

BMW 미니쿠퍼의 컨트리맨(기본형)도 효자 모델로 꼽힌다. 지난 3월 국내 첫 선을 보인 컨트리맨은 지난달까지 7개월간 641대가 팔렸다. 미니쿠퍼(1281대)에 이어 전체 미니 라인업 중 2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미니는 올 1~9월까지 327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1699대) 보다 92.6% 급증했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컴패스도 올해 수입차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컴패스는 올 들어 총 551대가 팔려 크라이슬러 차종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다. 수입 SUV 시장에서도 BMW X3 2.0d(875대)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796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