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강화와 경기둔화 대응 동시 추진

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 나라살림의 틀은 일을 중심에 두고 성장과 복지를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자리가 최대의 복지'라는 정책기조에 따라 일자리를 만들어 복지를 향상시키고 경제성장도 이끄는 '일-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정립한다는 것이다.

복지 예산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을 강조해 최근 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요구에 맞서면서 일과 관련된 복지는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사회보험 원칙을 '수익자 부담'에서 '노ㆍ사ㆍ정 분담'으로 전환했다는 것으로 예산 규모는 적지만 의미는 크다는 평가다.

이밖에 글로벌 재정위기도 내년 예산안에 큰 영향을 줬다.

중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둔화에 대응하는 목표는 상충되지만 재정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4%포인트 낮추면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실질적으로 늘리는 균형을 잡았다.

◇내년 예산 326조원‥올해보다 17조원 늘어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326조1천억원으로 올해 예산(309조1천억원)보다 17조원(5.5%) 늘었다.

예산은 227조원으로 올해보다 4.9% 늘었고 기금은 99조1천억원으로 6.9%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에 각 부처가 요구한 규모인 332조6천억원보다 6조5천억원 깎인 것이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국고 보전(2조원 안팎)과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지원(1조5천억원)은 요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사가 상당히 까다로웠음을 방증한다.

다만 지난해 9월 발표한 `2010∼2014 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규모인 324조8천억원보다는 소폭 늘었다.

내년 총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올해보다 9.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해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4.0%포인트 낮다.

이는 올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3%포인트 이상 기준보다 더 낮춘 것으로 정부의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

또 정부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올해 35.1%에서 2013년에는 31.3%로 낮춰 정부출범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은 "2008년 경제위기 때 나라 곳간을 풀어 위기를 잘 극복했는데 다시 곳간을 채우는 게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는 완결판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지금은 금융부문의 정책수단의 여지가 2008년보다 적어 건전재정이 미래위험 요인에 가장 적극적인 대처방안"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4+1' 일자리 예산으로 '일-성장-복지' 선순환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내년 예산을 '일자리 예산'으로 색칠했다"고 밝혔듯이 복지도 일과 연계하는 예산 틀을 갖췄다.

새로운 일자리 개척을 위해 4대 핵심 일자리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사회보험료 지원을 더한 '4+1' 일자리 예산이 내년 나라살림의 핵심이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4대 핵심 일자리 사업은 ▲청년 창업(5천억원) ▲고졸자 취업(6천억원) ▲문화ㆍ관광ㆍ글로벌 일자리(1만2천개) ▲사회서비스 일자리(17만5천개) 등으로 예산 규모는 2조원으로 올해보다 6천억원(38.9%) 증가한다.

사회보험료 지원은 저임금 근로자 122만명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3분의 1 지원하는 것으로 근로자 부담은 월 소득 100만원 기준으로 월 5만500원에서 3만3천700원으로 덜어진다.

정부가 사회보험 원칙을 처음으로 바꾸면서 저임금 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주고, 취업성공 패키지 참여자를 늘리고 참여자가 탈수급해도 이행급여를 주는 것 등은 복지를 일과 연계하려는 취지다.

이밖에 최근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4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일자리도 올해 54만1천명에서 56만2천명으로 2만1천명 늘려 취약계층을 중점적으로 돌보기로 했다.

12대 분야별로 보면 복지(보건ㆍ노동 포함) 예산이 내년에 92조원으로 올해보다 5조6천억원(6.4%) 늘어나며 총지출 비중도 28.2%로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아진다.

정부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를 강화해 포퓰리즘과 차별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5세 보육ㆍ교육 통합과정'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성격이며, 대학등록금 부담완화는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논란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건전성과 경기대응 '줄타기'
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글로벌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물경제 위축에 대비해야 하는 상충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균형재정 달성시기를 2013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밝혔고 정부는 이날 2013년에 관리대상수지를 2천억원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올해 25조원인 적자 규모를 내년에는 14조3천억원으로 줄이고 2013년에는 흑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만든 2010∼2014년 재정운용계획에서 2013년 6조2천억 적자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6조4천억원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지만 4대강 사업을 빼면 22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4.5% 늘릴 계획으로 경기에 대응하는 노력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또 SOC 성격을 가진 수질개선 인프라에도 중점적으로 투자해 규모를 1조2천억원에서 1조4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동연 예산실장은 "환경투자는 수해예방 효과도 있으나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고 지방고용을 늘리는 성격도 있다"며 "재정건전성 달성의 틀 위에서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실물경제로의 전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경기대응적 성격이 강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필요한 예산은 '태평성대 예산'이 아니고 '위기 극복 예산'으로 정부 예산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 초 추가경정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2조원 이상 증액해서 20만개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고 반값 등록금 예산 등도 실종됐다"며 "반면 4대강사업 사후관리와 수자원공사 이자지급 등 4대강 후속 예산 편성은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신규 도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안대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