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바레인 세계무역센터(BWTC)에선 초고층빌딩 건축사에 남을 행사가 벌어졌다. BWTC 2개동 사이에 설치된 직경 29m짜리 대형 풍력터빈 3기가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풍력터빈이 상업빌딩에 설치돼 가동되는 첫 사례였다. 풍력터빈을 완전 가동하면 건물에서 필요한 전력의 11~15%가량을 자체 발전할 수 있다. 바레인 정부는 "민간 시공사들이 미래 인류가 지향하는 친환경 건축을 위해 지속발전 가능성과 획기적인 건축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한 나라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40%,전체 탄소배출량의 21%를 건물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뉴욕 도쿄 서울 같은 대도시만 따지면 70%까지 올라간다. 초고층빌딩은 환기,냉난방,엘리베이터 가동,조명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많다. 이에 따라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소비를 줄이려는 각종 기술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건물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은 풍력과 태양광발전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가 핵심이다. 태양광을 받으면 반응해 전기를 만드는 전지다. 얇게 제작해 건물 유리창 대신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셀을 붙여 대규모 전력을 얻는 것이다. 현재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 2013년이면 상용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노력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만에 2004년 건설된 101층(509m)짜리 '타이베이 101'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건물은 준공 4년이 지난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에너지 절약형 그린빌딩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타이베이 101은 2008년부터 20개월간 기존의 조명 · 냉난방 · 급배수 시설을 저에너지 · 고효율 시스템으로 바꾸고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빙축열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건물 전체의 에너지 소비를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모니터링 및 제어 시스템을 추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다수 계획되고 있다. 2025년 이후 모든 건물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짓도록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좁은 국토면적,에너지 부족문제,경제성장에 따른 공간 수요 등을 생각하면 이제 그린 초고층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정재원 세종대 건축공학과 부교수는 "타이베이 101은 초고층 건물에서 더 이상 높이 경쟁이 아닌 에너지 및 친환경 성능에 대한 경쟁이 불붙고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