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락 전자 '먹구름'..자동차 상승세 유지
정유.건설.항공.해운 하반기 부진 만회할 듯

미국과 유럽의 경기불안과 국내 물가상승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산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흑자가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8억달러로 급감하고, 수입은 월간 최대로 늘어났다.

특히 대표적 수출품목인 LCD와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미국과 유럽지역의 수출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업종별로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급락..전자 '먹구름' = 전자업계는 전반적인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함께 주력인 D램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가격까지 회복되지 않으며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졌던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선전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오히려 상반기보다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42조원, 영업이익은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일부에선 아예 영업이익이 3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3분기 D램 평균 고정거래 가격이 전분기 대비 30% 중후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실적에 있어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 자체적인 스마트폰 수요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파급효과를 내면서 비메모리부문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1천억원을 넘기지 못하며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실적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업계와 증권업계는 LG전자의 3분기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TV 판매량은 소폭 늘겠지만 스마트폰 적기 대응 실패에 따른 휴대전화 영업적자가 계속되며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시황 호황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던 하이닉스는 2009년 3분기 이후 이어오던 흑자행진을 마감하고,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글로벌 판매 견조..자동차 '쨍쨍' = 전자업계와는 달리 자동차업계는 전 세계 경제의 불안함 속에서도 상반기의 성장세를 하반기에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반기 경쟁업체의 부진 속에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현대·기아차는 3분기에도 판매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판매가 견조하고, 신차 효과에 따른 평균단가(ASP) 증가와 함께 원가 절감 효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불안이 잠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19조여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2조원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의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5.5%와 21.7% 오른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도 3분기 매출이 11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9천억원을 웃돌아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분기 증가(55.9%)에 비견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증권 채희근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4분기까지는 판매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는 일본산 차들의 공급이 정상화되는 만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ㆍ철강 '맑은 뒤 약간 구름' = 조선 및 철강업계는 상반기 만큼의 실적은 3분기에 기대하기 어렵지만 불안한 전 세계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하면 크게 비관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의 경우 업계에서는 3분기 1조1천억원~1조2천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 10조320억원에 영업이익 1조4천960억원을 기록했던 포스코로서는 썩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3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2009년 낮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이 투입되고 인상된 원자재 가격이 반영돼 하반기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개별기준) 매출은 6조3천500억원, 영업이익은 8천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5% 늘어난 것이지만, 영업이익율은 15%대에서 13%대로 2%포인트 줄어든 예상치다.

상반기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율을 기록했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영업이익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매출 3조300억원대, 영업이익 2천840억여원 등에 증권사들의 컨센서스가 이뤄져 영업이익율은 8%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교보증권은 매출 2조9천540억원, 영업이익 2천50억원으로 3분기 실적을 예상했다.

영업이익율은 약 7%에 달한다.

◇정유.건설.항공.해운 '비온 뒤 갬' =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와 상반기 다소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던 건설업계는 하반기에 만회를 벼르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 2분기 'ℓ당 100원 할인' 정책 때문에 실적이 크게 나빴지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 조치가 종료되고 담합 과징금은 일회성으로 끝난 반면, 중국과 동남아 등의 석유제품 수요에 힘입어 수출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62% 감소했지만 3분기에는 100% 이상 늘어나 9천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S칼텍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0% 증가한 4천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리비아 사업 중단과 주택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건설사들은 하반기 중동 등에서 수주가 잇따르면서 올해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 올해 목표 대비 40.8%의 매출과 43.1%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3분기부터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다.

2분기 수주 예정이었던 쿠웨이트 교량공사와 베트남 발전소공사가 이달 중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하반기에도 해외 발주 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그룹 공사 물량과 하반기에 몰린 중동사업 수주를 바탕으로 상반기의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GS건설 역시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인 80억달러를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고유가 등으로 부진했던 항공 및 해운업계는 3분기 계절적인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3분기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3분기 3조3천500원대의 매출과 3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선박 과잉공급, 고유가, 운임 하락, 해적 위협이라는 4중고에 시달리며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해운업계도 3분기부터 실적 개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