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국인 한국 대표팀이 세계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고전하고 있다. 10개 종목에서 10위 안에 입상한다는 당초 목표 달성은 대회 폐막을 이틀 앞두고서도 요원한 형편이다. 경보 20㎞에서 6위에 입상한 김현섭 외에는 10위 이내 입상자가 한 명도 없다.

한국 육상의 메달 기대주 김덕현마저 2일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서 탈락하며 한국 육상계는 충격에 빠졌다. 전날 멀리뛰기에서 결승에 진출,주종목인 세단뛰기에서도 결승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김덕현은 부상까지 당하는 불운이 겹쳤다.

김덕현은 이날 오전 대구스타디움에서 계속된 대회 7일째 세단뛰기 예선에서 세 번 모두 구름판 정지선을 밟으며 기록을 남기지도 못했다. 저녁엔 멀리뛰기 결승이 예정돼 빡빡한 일정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왼쪽 발목을 삐는 사고를 당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덕현은 멀리뛰기 결승전에 불참했다.

이날 예선에 출전한 다른 한국 선수들도 모두 예선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한국 육상의 '얼짱 스타' 정혜림은 여자 100m 허들 예선 2조에서 13초39로 가장 늦게 결승선에 들어왔다.

허들이 주종목인 정혜림은 스타트 반응 시간(0.139초)이 함께 뛴 다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빨랐으나 중반 이후 스퍼트에서 뒤져 선두권에서 밀렸다. 특히 세 번째 허들을 넘으면서부터 뒤로 처져 뒷심 부족을 노출했다. 정혜림은 24번째로 준결승 막차를 탄 오스트리아의 비아테 슈로트의 기록(13초25)에 0.14초 모자라 준결승 티켓을 놓쳤다.

여자 해머던지기 예선에 출전한 강나루도 개인 최고 기록(63m53)에 2m 이상 부족한 61m05에 머물러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한국신기록을 향해 뛰었던 여자 1600m 계주팀도 예선에서 3분43초22에 머물러 신기록 수립과 준결승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