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전향 선수들 눈부신 활약 '눈길'

지난 1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는 종목을 바꿨다가 새로운 재능을 찾은 선수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자 1,500m 우승자인 제니퍼 심슨(25·미국)이다.

심슨은 주종목을 장애물 달리기로 삼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나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500m로 종목을 바꿔 세계 정상급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슨은 "장애물에 국내 경쟁자가 많아 미국 대표팀에 선발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코치의 권유에 따라 1,500m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예상 밖 선전을 두고 "모세 앞에서 홍해가 쫙 갈라진 것처럼 내 앞에 트랙이 활짝 열렸다"고 놀라워했다.

남자 400m 허들 챔피언 데이비드 그린(25·영국)은 웨일스 출신으로 축구영웅 라이언 긱스를 동경하던 축구 유망주였다.

그린은 "축구 선수가 되려고 열여덟 살 때까지 공을 찼는데 더는 즐길 수가 없었다"며 "부모님도 완강히 말리지는 않아 육상에 입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웨일스 축구 국가대표가 되더라도 유럽 지역 예선을 뚫고 최고의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이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는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 그만둘 수 있었던 게 좋았다"며 "좋은 코치를 만나 그 가르침대로 육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 세단뛰기 동메달리스트 캐터린 이바구엔(27·콜롬비아)도 최근 주종목을 높이뛰기에서 세단뛰기로 바꿨다.

높이뛰기 선수로서 중남미 대회를 주름잡았으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헬싱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예선 탈락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재미를 붙여 전념하기로 한 세단뛰기에서 전날 자신의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전날 남자 3,000m 장애물 달리기에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에제키엘 켐보이(29·케냐)도 육상에 입문하기 전인 학창시절에 축구 미드필더로 날았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