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표정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지난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후 '사실상 승리'라며 애써 웃음 지으려던 그의 얼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를 발표하자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선거비리 혐의가 터져 나오면서 얼굴에 웃음이 비쳤다. 그도 잠시.지난 29일 '홍준표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그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

한 핵심 측근은 차출론에 대해 "누가 어떤 의도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 다 안다"고 분개했다. 대표 취임 두 달도 안 됐는데 홍 대표를 흔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임 모,이 모,양 모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댔다. 그러면서 "경제인 출신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 전 대표 측도 시장후보 차출론에 발끈했다. 대선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최대 계파인 친박근혜계는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정몽준도 좋고,홍준표도 좋다며 이들의 등만 밀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후계자 코스'로 통한다. 인구의 20%를 대상으로 국방과 외교를 뺀 전 분야에서 국정운영의 '예행 연습'이 가능하다. 윤보선 ·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오 전 시장은 본인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좋은 자리를 왜 정치인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듯 서로 마다하고 있을까. '총알받이론' 걱정 때문이다. 보수지지층 25.7%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했다지만 내달 선거에서 당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책없이 나갔다가 민심의 총알만 맞고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서로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 후보 출마를 권한다. 경쟁 상대가 선거에서 상처를 입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선 민심의 동정론을 바탕으로 표를 챙기겠다는 셈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서로 몸을 던져 당을 구하려는 사람은 없고,표 계산에 급급해 자기 앞가림만 하고 있다"며 "그동안 현 정부와 여당이 민심을 잃은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