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사진)의 영화 제작사 영구아트무비가 직원들의 임금 및 퇴직금 8억9000만원을 체불해 관할 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영구아트무비 대표인 심 감독이 이번 주 중 체불임금을 청산하지 못할 경우 노동청은 검찰 지휘를 받아 심 감독을 입건해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30일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따르면 심 감독은 직원들 43명의 임금 및 퇴직금 8억9000만원을 체불해 직원들의 진정으로 지난 19일 노동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심 감독은 임금체불에 대한 근로자들의 진정 내용에 대해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1개월~1년 정도의 임금을 체불당했으며 최근 진행된 권고사직 이후엔 퇴직금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명철 남부지청장은 "심씨가 이번 주 내에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입건돼 수사를 받는다"며 "이럴 경우 회사건물 등 심씨의 재산이 법원으로부터 압류당해 임금체불자 등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배당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심 감독이 체불임금을 청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은 체불 근로자들의 진정서를 접수한 뒤 지난 12일 진정인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쳤으며 19일에는 심 감독을 상대로 2차 조사를 끝낸 상태다. 남부지청은 현재 통장내역 등을 넘겨받아 대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임금체불 내역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 관계자는 "영구아트무비가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기보다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돈을 주지 못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괴수영화 마니아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영구아트무비에 대한 폐업설도 나돌고 있다.

영구아트에서 권고사직당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직원들은 "CG팀과 미술팀의 핵심인원 등이 모두 퇴직한 상태이며 회사는 곧 폐업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영구아트무비는 심 감독이 감독한 '디 워'(842만명 동원)와 '라스트 갓파더'(256만명 동원) 등을 제작해 비교적 흥행에 성공했으나 장기간의 개발과정과 무리한 투자,대규모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재정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