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자회사를 설립해 수입차 판매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동양건설산업(일본 렉서스)을 비롯해 반도건설(일본 인피니티 · 닛산),중흥건설(일본 혼다),남광건설(일본 인피니티),도양기업(독일 아우디),태훈건설(미국 크라이슬러) 등 6곳에 이른다.
이 중 이익을 내는 회사는 동양건설산업과 도양기업 정도다. 동양건설산업의 자회사인 디앤티모터스는 작년 6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4억원의 순익을 남겼다. 최근 판매 감소로 매출은 그 이전 해보다 15% 줄었지만 이익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도양기업은 '배(건설)'보다 '배꼽(수입차)'이 더 큰 경우다. 지난해 수입차사업 매출(971억원)이 건설 매출(905억원)보다 많다. 독일차의 인기 속에 아우디 판매가 증가해서다.
나머지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손해를 봤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자녀 권은경 씨와 권재현 씨가 대주주인 반도모터스는 6억원,퍼시픽모터스는 21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일본 차들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며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출시되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 전남지역 업체로 인피니티 딜러사인 남광건설의 노블모터스도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사업 중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이 수입차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사업 다각화와 회사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건설업 특성상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필요하다. 수입차는 대당 가격이 높은 만큼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계열사를 합한 전체 회사 매출이 늘어나면 금융권 대출을 받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수입차를 통해 네트워크를 쌓으면 고급 아파트나 빌라를 분양할 때 VIP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수입차 전시장은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는 '목 좋은 자리'에 들어서는 만큼 부동산 확보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