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책상에 앉아 있는 3명의 신평사 직원이 유럽 각국 중앙은행보다 유럽연합(EU) 각국의 상황을 더 잘 안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

유럽과 미국,중국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평사들의 도미노 등급 강등이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신평사 '뒷조사'에 나섰고,유럽은 독자 신평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 행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의 부적절한 신용평가 업무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당시 신평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뒤늦게 강등,금융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 재무부는 최근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관련,"미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채규모를 2조달러나 잘못 계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조사를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신평사와 투자자문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럽에선 '3대 신평사 퇴출,독자 신평사 설립' 움직임이 거세다. 한델스블라트는 "EU 집행위원회가 미국이나 제3국 신평사가 유럽 은행과 기업들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3대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EU는 유럽증권시장청(ESMA)과 신평사 감독 · 검사권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으며 독자 신평사 설립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EU는 3대 신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경쟁을 촉발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내년 중 독자적인 신평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신평사를 설립,유럽과 브라질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최초로 국채 리스크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인 다궁(大公)을 설립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