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지금 주식 사면 무조건 먹는다?
요즘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돈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주식활동 계좌 수가 하루 평균 1만개 가까이 늘어나면서 총 1800만개를 넘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곧 2000만개도 넘어설 기세라고 한다. 심지어 마이너스대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시중은행의 8월 중 신용대출 증가율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일부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이 한 주 전에 비해 150% 안팎까지 늘었다고 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꿔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도 이달 중순부터 다시 증가추세다.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개인이 사들인 주식은 2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던진 주식을 개인이 온 몸으로 떠 안은 셈이다.
이런 수치는 요즘 주변에서 '지금 주식 사면 무조건 먹는다'는 말이 종종 들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럼 정말 지금 주식 사면 돈 벌 수 있을까? 물론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과거 비슷했던 때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는 이유가 소위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락했던 주가가 이후 급등해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겼던 것이 바로 지금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 과거를 살펴보자.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 코스피지수의 직전 고점은 그해 5월16일 기록한 1888.88포인트였다. 이후 주가는 2008년 10월27일 938.75포인트까지 빠졌다. 5개월간 지수가 정확히 반토막 났다. 주가가 다시 위기 전 고점 1888.88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10년 10월이다. 저점부터는 만 2년이 걸린 셈이다. 외환위기 때는 어땠을까. 위기 전 1997년 6월 주가는 800대 목전까지 올랐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1998년 6월에는 280포인트까지 빠진다. 1년 사이 65%가 하락한 것이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800대를 구경한 건 1999년 6월로 저점 대비 만 1년이 지나서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 5월2일 2228.96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22일 1710.70포인트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 달여 간 하락률은 23%다. 현 시점의 주가 하락률은 과거 두 번의 큰 경제위기와 비교하면 고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락한 기간 역시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주식시장에서 역사는 항상 반복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다. 주가는 어제 모처럼 시원스레 반등했다. 그제 장마감 직전 주식을 산 사람은 어제 돈 좀 벌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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