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 고시에 반발해 약사들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3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약사 조모씨 등 66명은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약사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외품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은 의약품이 아닌 물품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며 "장관이 의약품에 해당하는 물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것은 권한 없는 행위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환된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가능토록 하면 일반인이 약사나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받지 않고 구입해 복용하는 등 의약품의 오ㆍ남용을 부추길 수 있어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의약품을 슈퍼에서 팔면 거대 유통재벌에 밀려 영세한 동네약국들이 경영상의 문제로 폐업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의 약국 이용이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액상소화제, 정장제, 외용제 중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공포ㆍ시행했다.

이에 따라 `박카스'를 비롯해 그동안 약국에서만 판매됐던 이들 일반의약품은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한편 이들 약사는 소송에 앞서 이달 초 복지부 고시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먼저 냈으나, 재판부는 "아직 본안소송이 제기되기 전이고,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근거를 행정소송법상의 `회복하기 어려운 개인적 손해'로 볼 수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