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과실 여부가 핵심…정신적 피해 입증은 어려워

최근 네이트·싸이월드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집단소송 커뮤니티가 급증하면서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내의 부실한 보안관리가 원인이었던 만큼 이번 SK커뮤니케이션즈에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주장과 함께 해킹은 사용자 과실로 보기 어려우며 정신적 피해 입증 역시 쉽지 않아 네티즌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는 불과 한 달여 사이 20개가 넘는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준비 카페가 개설됐다.

현재 대부분의 카페는 소송 절차와 함께 1만~2만원 상당의 소송 비용을 공지하고 소송에 참여할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200~300명 내외의 소규모 카페도 있지만 일부는 이미 회원 수가 8만명을 넘어설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카페의 경우 만약 모든 회원이 소송에 참가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변호사는 무려 8억원의 수임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폭발적인 관심은 약 3천500만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유출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지난달 창원의 한 변호사가 강제추심명령을 통해 애플로부터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은 사실도 네이트 집단소송에 대한 관심을 키웠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는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위자료 지급 명령에 대해 지급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SK컴즈가 위자료 지급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서 이번 사안은 결국 법적 소송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SK컴즈의 과실과 정보 유출로 인한 회원들의 정신적 피해 입증 여부다.

특히 SK컴즈의 개인정보 유출을 해킹으로 인한 '피해'로 볼 것인가, 관리자 부주의 때문인 '과실'로 볼 것인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성진 변호사는 "소송으로 접어든 만큼 관리자 과실 입증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사상 최대의 유출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매우 신중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을 준비하는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은 명백히 SK컴즈의 과실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카페에 참여한 31***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과실이 있다는 것"이라며 "사용해서는 안되는 개인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해킹도구로 사용되도록 방치한 점도 결국 SK컴즈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원인은 외부의 해킹인 만큼 관리자 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08년 전자상거래사이트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옥션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재판부는 법이 요구하는 기술적 보안 수준과 해킹 당시 조치 내용, 해킹 기술의 발전 정도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으며 "해킹을 막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나, 옥션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카페 회원들이 풀어야 할 난제다.

특히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법원 역시 이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가 파악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유출된 개인정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처럼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