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브리핑룸.결연한 표정으로 '시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을 읽어 내려가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오는 24일 실시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실패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요지의 기자회견 중이었다.

서너 차례 눈물을 억누른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이라고 말하는 순간 결국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TV 토론회 등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차단하겠다는 논리를 펴며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오 시장은 2004년 정치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했던 때를 회고하며 "저는 오늘 7년 전 그때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시민 여러분 앞에 섰다"고 말한 뒤 두 번째 다른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번민 속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나라가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그 한 가지 때문"이라고 말을 이은 뒤에는 눈물을 닦기 위해 뒤돌아섰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투표 개표 기준인 33.3%에 못 미쳐 투표가 무산되거나 개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모두 시장직을 걸고 책임을 다하겠다. 한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해도 후회는 없다"며 비장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이 제안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연계함으로써 투표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면서 결과에 따른 파장도 커졌다. 주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서울시정은 물론 여권의 정국 주도권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패하면 야당이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직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