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저녁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더 사랑스럽게 들리는 특별한 바이올린"이라며 이 악기를 즐겨 연주했다. 바로 14현의 고(古)음악 악기 '비올라 다모레(사랑의 현악기)'다.

둔탁하지만 담백하고 깊이 있는 고음악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벨기에에서 온 바로크 음악의 대부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이 내달 9일 금호아트홀에서 프레스코발디,코렐리,텔레만을 거쳐 바흐의 대표적 솔로와 앙상블을 연주하는 '바흐로 가는 길'을 공연한다.

벨기에 최정상급 고음악 앙상블 일 가르델리노는 10월2일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고음악은 시골밥상처럼 투박하다. 낭만주의 음악이 음색을 중시한다면 고음악은 음정을 중시한다.

작은 음정의 차이도 섬세하게 들린다. 고음악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18세기 악기는 19세기 이후 표준화된 악기와 다르다. 금속을 사용하지 않은 진짜 나무로 만든 목관악기,양의 창자로 만든 현,밸브 없는 금관악기 등 본래의 성질에서 나오는 음색은 또렷하고 원초적이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연주자들이 음을 맞추기 쉽지 않고 공연장 온도나 조명에 따라 소리도 달라진다.

비올라 다모레,첼로보다 약간 작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기타처럼 플랫이 있는 5~6개현의 비올라 다감바,피아노보다 훨씬 앞선 건반악기 하프시코드(쳄발로),고색창연한 오보에 다카치아까지 고음악 악기의 음색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벨기에의 바로크 음악 거장 지기스발트 쿠이켄은 유일한 한국인 제자 김진 씨,그의 고음악 연주단체 무지카 글로리피카와 협연한다.

쿠이켄이 바로크 바이올린과 비올라 다 스팔라,김진 씨가 바로크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고음악계의 새로운 스타로 주목 받는 쳄발로 주자 벤자민 알라드가 솔로,듀오,트리오 등 바로크 시대의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쿠이켄은 셋째 딸과 넷째 아들을 한국에서 입양해 기른 뒤 그들의 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그는 바로크 시대 이후 사라졌던 '어깨 위의 첼로-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2004년 복원해 고음악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바흐로 가는 길'이란 공연 주제처럼 프레스코발디,코렐리,텔레만 등의 곡과 바흐의 대표적인 솔로,듀오,트리오를 마련했다.

목관 명인 '마르셀 퐁셀'이 이끄는 일 가르델리노도 처음으로 내한한다. 1988년 창단된 일 가르델리노는 비발디의 유명한 플루트 협주곡 RV428의 제목에서 따왔다. 마르셀 퐁셀의 고즈넉한 오보에 음색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고음악 스페셜리스트 8명의 연주가 돋보인다. 영국 그라모폰지가 "목관 연주에 강점을 보이는 노련하고 품위 있는 연주자들.마르셀 퐁셀과 얀 더 위너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는 가장 사랑받는 바로크 오보에 협주곡의 하나인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과 요한 고트리프 야니츠의 오보에 4중주,바흐의 칸타타 BWV82 '나는 만족하나이다' 등이 연주된다.

일 가르델리노의 리더인 플루트 명인 얀 더 위너는 비발디의 플루트 협주곡 '밤'을 협연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