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부에 징역형 선고...나머지 60억은 어디에
"혹시 못 찾은 돈 없을까?" 외지인 발길 북적
경찰, 중국 도피 추정 큰 처남 행방 쫓아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수익금을 마늘밭에 묻어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모(52)씨 부부가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건이 일단락됐다.

경찰은 나머지 도박금 60억원의 행방을 찾는 한편,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씨 큰 처남(48)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원 "범죄수익금 묻은 사실 인정" = 전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신헌석 부장판사)는 10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이씨의 부인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밭에 파묻은 돈과 마늘밭을 몰수하고 4천100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이씨 부부는 첫 공판에서 "밭에 도박수익금을 묻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17억→57억→64억→110억...'팔수록 나온 돈다발'
이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자신의 처남 이모(44·구속)씨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 27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24억원을 자기 소유의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밭 두 곳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진술은 거짓말이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던 큰 처남으로부터 지난해 6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이 돈을 넘겨 받은 것은 드러났다.

작은 처남 이씨는 경찰에 붙잡혀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고, 큰 처남은 수사가 시작되자 행방을 감췄다.

이 돈을 5만원권으로 바꿔 마늘밭에 묻은 이씨는 2억8천여만원을 캐내 개인 용도로 쓰고,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기로 했다.

올해 초 이 밭에서 작업했던 굴착기 기사 안모(52)씨가 돈을 가져간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안씨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최근 땅에 묻어둔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

작업 중 보지 못했느냐"고 이씨가 채근하자, 억울함을 느낀 안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곧바로 밭 주변을 수색해 비닐로 싸인 통에서 3억원을 발견했다.

경찰은 갑작스런 거액 발견 후 진술이 석연치 않은 이씨와 이씨 가족들을 추궁해 4월9일 새벽 이씨 아들(25)의 렌터카에서 10억원을, 아파트 금고에서 1억1천500만원을 추가로 찾아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밭 주변을 추가로 수색해 80억원 이상을 발견했다.

◇"혹시 못찾은 돈 없을까?" 마늘밭은 외지인들로 들썩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도박수익금이 땅 속에서 나온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에는 외지인들의 방문으로 들썩거렸다.

로또 대박을 꿈꾸는 서민부터 땅의 기운을 받으려는 무속인까지 하루 평균 30여명이 다녀갔다.

한 60대 주민은 "이씨의 땅 속에서 110억원이 넘는 돈이 발견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각지에서 자가용에 삼삼오오 타고 몰려 들었다"며 "심지어 미니버스까지 타고와 하루 10∼20명이 무슨 대단한 명소에라도 온 듯 훑어보곤 했다"고 말했다.

일부 외지인은 호미와 삽까지 들고 다니며 '이삭 줍기'의 꿈을 꾸기도 했다.

땅 속에 묻힌 돈이 당초 알려졌던 17억에서 날이 갈수록 27억, 57억, 64억, 110억원까지 급격히 불자 뭇 사람들의 관심은 쏟아졌다.

평범한 시민은 물론 '명당의 기(氣)'를 받으려는 무속인까지 찾아와 의식을 치렀다.

◇나머지 도박수익금 60억원은?
경찰은 이씨 처남 형제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70억원의 부당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나머지 도박수익금 60억원과 이씨의 큰 처남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큰 처남은 수배 중에 매형 이씨와 자주 국제통화를 한 점으로 미뤄 중국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작은 처남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큰 처남의 부탁을 받고 12차례에 걸쳐 돈을 건넨 사람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씨 집 주변 CCTV를 분석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지난해 8월께 작은 처남이 살던 인천 송도에 시가 3억3천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등 여러 건의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씨 가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큰 처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 운영 관계자들이 수십 명에 이르고 이들에게도 사건 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돈이 건네졌을 경우 실제 남은 돈은 60억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큰 처남의 행방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