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최근 세계 경제의 불안한 상황을 감안,당장 금리를 올릴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의 CPI 상승률은 6.5%를 기록했다. 2008년 6월 7.1%를 기록한 이후 3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예측치인 6.2%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금리를 세 차례,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여섯 차례나 올리며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9.7%,2분기 9.5%를 기록한 것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포기하고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연말 물가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인 4%를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 여부다. 중국이 금리를 또 올리면서 긴축에 들어갈 경우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연타'를 맞은 세계경제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제 코가 석 자인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중국이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거꾸로 허리띠를 죈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7월을 고점으로 8월부터 둔화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돼지고기와 채소 등 식품가격은 7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비식품가격의 상승률은 3%를 넘지 않고 있어 9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올 들어 인민은행이 2월과 4월 그리고 7월에 한 차례씩 금리를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

탕젠웨이(唐建偉) 교통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인민은행이 이달에 금리를 올린다면 2개월 연속 금리인상을 하게 되는 셈"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긴축을 하는 것은 인민은행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쥔(馬駿)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미국경제가 악화된 만큼 중국은 긴축정책을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인플레이션만을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물가가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는 만큼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왕타오(汪濤) 루이인증권 수석경제학자는 "인민은행은 물가안정 기반이 견고하지 않아 긴축정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통화팽창 압력이 여전한 만큼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가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뉴스센터의 판젠핑(范劍平)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웨이보에 개인의견을 전제로 "정부는 국내외 정세가 개선된 후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할 것"이라며 "해외시장의 위축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