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댐 "오작교 수위 급상승만으로는 단언할 수 없어"
금강산댐 건설 이후 9차례 수문 방류..7차례는 '미통보'

최근 중부지방의 기록적인 폭우와 북한 황강댐 수문 개방으로 임진강 수위가 상승한 가운데 북한 금강산댐 방류의 척도인 민간인통제구역 내 '오작교' 수위가 급상승해 수문 개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북한 금강산댐(길이 710m, 높이 121.5m)의 대응 댐인 평화의댐(길이 610m, 높이 125m) 유역에 내린 비의 양은 720㎜. 특히 지난달 26~29일 나흘간 337㎜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댐 수위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 185.52m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8월3일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203.6m를 기록한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위다.

이처럼 평화의댐 유역에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북한지방도 이에 못지않은 양의 비가 내렸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강산댐 수문 방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금강산댐 방류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인 남방한계선 인근 평화의댐 11㎞ 전방에 위치한 '오작교' 수위는 지난달 26일 오후 11시 9.7m, 27일 오후 1시 12m, 28일 오후 3시 19.4m까지 급상승했다가 29일 오후 3시 16.1m로 다시 낮아졌다.

또 평화의댐 유역의 유입량도 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초당 290여t에서 28일 오후 2시에는 초당 3천800여t으로 13배가량 급증했다가 29일 오후 3시께는 초당 1천t으로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와 함께 수위조절용 수문이 없는 평화의댐 4개의 여수로를 거쳐 북한강 상류의 물을 가장 먼저 받는 화천댐 유입량도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초당 100여t에서 27일 오전 6시 초당 2천489t, 28일 오후 5시 초당 3천589t으로 급증했다가 29일 오후 5시 초당 2천293t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상류 19㎞ 지점에 있는 금강산댐의 수문 방류 징후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평화의댐 측 설명이다.

평화의댐 관계자는 "오작교 수위가 급상승한 것은 지난 폭우 때 워낙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의 수문학적 기술로는 폭우시 금강산댐 방류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강산댐 방류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서 북한강 수계 댐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

화천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지난달 27일부터 금강산댐 방류 징후가 있다'는 통보를 군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며 "워낙 많은 양의 비로 오작교 수위가 급상승하다 보니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4대강 X 파일'의 저자인 최석범 한강수자원연구소장은 "금강산댐이 방류했다면 급격히 증가한 오작교 수위나 화천댐 유입량이 어느 정도 지속해야 하는데 1~2일 만에 수위와 유입량이 감소했다"며 "금강산댐의 담수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위 상승만으로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폭우 당시 화천댐 유입량을 근거로 산출한 금강산댐의 유입량은 10억8천만t으로 같은 기간 소양강댐 7억7천만t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폭우 이전 금강산댐의 담수상황을 알 수 없으나 향후 수문 방류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강산댐 방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금강산댐의 느닷없는 방류에도 대응댐인 평화의 댐이 버티고 있어 북한 황강댐 방류와 같은 안정성 우려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댐 높이 125m, 길이 601m의 초대형 댐인 평화의댐은 금강산댐 붕괴나 대홍수 등 최악의 사태에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저수용량도 금강산댐은 26억2천만t으로 평화의댐 보다는 1천만t가량이 적고, 소양강댐 29억t보다는 3억t 적다.

한편, 2000년 10월에 완성된 금강산댐은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방류한 가운데 2002년 6월과 2004년 8월 2차례만 남측에 사전 통보했을 뿐 나머지 7차례는 방류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해마다 8~9월 사이 수문을 열고 물을 남측 북한강으로 방류했으나 북측의 통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