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값 사상 최고 수준..진작 샀어야"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국내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금 보유 여건이 개선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수차례 경신한 상황이어서 한은이 한발 늦게 금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ㅔ한은은 2일 지난달 외환보유액 현황을 발표하면서 금 보유량은 전월 중 14.4t에서 7월 말 현재 39.4t으로 25t 늘렸다고 밝혔다.

금 보유액은 원가 기준 8천만달러에서 13억2천만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서 0.4%로 급등했다.

싯가 기준으로는 0.2%에서 0.7%로 늘어났다.

한은은 세계금위원회(WGC)가 발표하는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위도 현 56위에서 45위로 11계단 뛸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수출한 뒤 남은 금을 사들인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 "금 보유확대 여건 개선"
한은이 금을 매입한 가장 큰 이유는 금 보유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2004년까지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1천억달러 수준에 불과해 금 보유규모를 늘릴 여력이나 유인이 부족했다.

또 2005~2007년 중에는 한은이 적자가 발생해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이자나 배당수입이 없는 금을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2008~2010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보유액 유동성 확보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었고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금 보유량을 늘릴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또 금 보유량 확대는 외환보유액 운용 측면에서 투자다변화 효과로 외환보유액 전체 투자위험을 줄이고,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외환보유액 안전판으로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 "한발 늦은 타이밍"
그러나 국제 금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천6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너무 늦게 금 매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미국 부채 문제 등으로 달러 위상이 약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한은이 금을 매입한 방향성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보다 빨리 금을 사들였다면 지금보다 비용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며 "그간 시장에서는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타이밍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역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전략팀 서봉국 팀장은 그러나 "한은은 사들인 금을 원칙적으로 장기간 보유할 계획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변동보다는 매입 필요성이나 매입여력이 더 중요한 판단요소"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