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이미지 자체는 음란물 아니다"라며 문제 제기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통해 '삭제' 여부 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이 통신 심의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성기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박경신(40) 위원은 지난 20일 블로그의 '검열자 일기' 코너에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라는 제목과 함께 남성의 성기가 포함된 5장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한 네티즌이 직접 촬영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일반 공개로 게시했다가 지난 14일 이 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음란한 화상'으로 판정돼 삭제 조치를 당한 것들이다.

박 위원은 관련 사진이 있는 미니홈피를 캡처해 블로그에 올렸다.

당시 전체회의에서는 9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게시물의 삭제에 동의했다.

방통심의위원회는 여권 6명과 야권 3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찬성한 위원들은 모두 여권 위원들이었다.

박 위원은 사진과 함께 "위 사진들이 어떻게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누구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지' 궁금하다"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박 위원은 해당 게시물 중 사진을 삭제하고 사진의 내용을 묘사하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은 해명 글에서 "청소년이나 나와 시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엄밀한 기준 없이 국민의 표현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시간이 되면 (해당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다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44조 7항)은 '음란한 부호나 화상 등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것'을 유통을 금지하는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심의규정(8조)는 "'남녀의 성기, 음모가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내용'에 대해 유통이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적시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방통심의위원회는 28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박 위원의 블로그에 재배포(게시)된 사진의 삭제 여부에 대해 심의를 벌이기로 했다.

방통심의위는 '유통 중인 정보'를 통신 심의 대상으로 삼는데 해당 게시물이 삭제된 만큼 관련 안건은 상정은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위원회의 통신 모니터링 요원들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박 위원의 게시글을 발견해 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20대에 대학 교수(한동대)가 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고려대(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4월 민주당 추천을 거쳐 문방위의 추천을 받아 방통심의위원이 됐다.

박 위원은 그동안 '대통령 욕설 트위터' 논란이나 'KBS 백선엽 다큐' 논란 등 이슈에 대해 여권 위원들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