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주민투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주민투표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나라당도 그간 '미지근한' 지원에서 벗어나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당력을 총동원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무력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은 28일로 예정된 주민투표 무효 가처분 신청 심리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주민투표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오 시장은 26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 참석해 "주민투표에서 어떤 결과를 받느냐에 따라 총선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으며,총선 승리 시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의 의도처럼 점진적 확대로 결론나면 한나라당은 차기 총선과 대선을 끌고 나갈 중요한 추동력을 얻게 된다.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재정을 고려한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정책 노선이 힘을 받게 되고 '복지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점진적 무상급식 확대가 선택되면 무분별한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부정적인 의식이 확인되는 셈이어서 야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응할 명분을 얻고,대응 방식도 적극적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문제를 주도한 오 시장의 입지도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지율 상승은 물론 그간 '유약한 리더십'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키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또한 극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도 막대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각종 복지 정책에 속도 조절을 할 명분이 생겨 정권 말 정책 추진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거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이 34%가 안돼 무산된다면 오 시장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여권이 입는 내상도 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에선 일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등 복지 정책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커져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도 내년 예산에 복지 관련 예산을 증액할 수밖에 없어 4대강 지류 사업 등 주요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차기 총선과 대선의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