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또 택시 제도 개선대책을 내놨다. '개혁'이라는 이름의 대책에는 수십 가지의 추진과제가 담겼지만 내용 각론은 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번에는 강한 의지로 택시업체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오는 12월부터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첫 번째 적발 당한 경우는 500만원,두 번째는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법인택시기사의 월급제는 14년 전인 1997년에 이미 법으로 정해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택시회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사납금제도를 그대로 운영해왔다는 점이다. 월급제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에는 택시기사들이 열심히 운행을 하지 않거나 미터를 켜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일이 잦아 완전 월급제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카드결제 택시가 많이 보급됐고,카드결제 비율도 43%에 이른다. 택시에 위성 위치정보시스템까지 갖춰져 사납금제를 폐지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베테랑 기사들이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월급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지적은 인센티브제도 적용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월급제가 택시 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강조하지만 월급제냐,사납금제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택시기사들이 심야에는 손님을 골라태워야 할 만큼 택시운전의 수입이 적다는 점이다. 법인 택시기사들의 월 수입은 평균 160만~170만원이다. 택시운전을 하려는 이들은 줄어들어 법인택시의 28%가 놀고 있다. 택시를 놀리다보니 회사 측은 기사들의 급여를 쥐어짜고,급기야 무자격자들에게까지 '도급택시' 형태로 회사차를 내주는 불법 영업이 빚어지는 등 악순환 구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대책은 택시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금으로 택시 회사를 지원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대책이 또 한번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택시회사에 제재만 가한다면 영세한 택시회사들이 문닫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책 수립보다 시행이 더 어렵게 됐다는 점을 서울시는 잘 알아야 한다.

이현일 지식사회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