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산업자재로 많이 쓰이는 구리가격은 앞으로 박스권의 보합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아연과 니켈은 공급 초과 상태여서 하락세가 예상됩니다. "

에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리서치 글로벌 총괄대표(69 · 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향후 비철금속 가격은 품목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모스 대표는 "구리는 여전히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구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구리가격은 t당 1만달러 선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날 씨티증권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원자재 시장 전망 세미나'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모스 대표는 리먼브러더스와 크레디트스위스를 거쳐 지난 5월 씨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원자재 분야 전문가다.

모스 대표는 올 하반기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수요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연 20~22%씩 증가하고 있다"며 "20년 전에는 전 세계 원자재 수요의 30%만이 신흥시장에서 나왔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모스 대표는 "2013년까지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원자재 수요를 견인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할수록 철강 등 핵심 원자재와 비철금속 등의 수요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옥수수와 소맥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호주 등 주요 생산국의 기후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가격도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당은 주산지인 브라질의 작황이 좋지 않은 탓에 빠듯한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는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자재이긴 하지만,돌발 변수가 없는 한 내년까지 폭등 요인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등으로 공급은 늘어난 반면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4월 배럴당 125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이달 들어 11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연말께는 105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데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금이 다른 상품보다 성과가 좋고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모스 대표는 "지난 10년간 금 가격 상승은 통화 위험을 헤지하려는 각국 정부의 중앙은행들이 이끌었지만 이런 추세가 영원히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2000년대 들어 금의 구매력지수는 다른 상품과 비교할 때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거시경제와 통화가치가 안정되면 금이 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자재 시장의 특징에 대해 "주식은 전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지만 원자재는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며 "이제는 더 이상 원자재가 주식과 체계적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대신 최근 몇 년간 미국 달러화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띠는 추세"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