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부담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내가 변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혁신에는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 식당을 보라.식당엔 매일 압박이 있다. 손님들이 들어와 유언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너무 짜다''양이 적다''값이 비싸다'는 손님들 앞에서 변명만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식당엔 이 모든 것이 혁신 기회가 된다. 열심히 손님이 원하는 대로 따르면 성공할 것이요,내 멋대로 내놓으면 손님이 끊기는 것이다. 손님을 매일 직접 대하는 식당에는 변하기 싫어도 변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구현돼 있는 셈이다.

대기업에서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눈에 보이는 압박이 적어서다. 수요 변화 같은 큰 트렌드는 어지간한 혜안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일반 직장인들이 느낄 수 있는 압박은 상사의 잔소리뿐이다. 어제처럼 일해도 별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휴대폰업체 노키아가 몰락하는 것을 보라.휴대폰 업계 안의 작은 압박이 아니라 거대한 충격이 전혀 다른 업종,컴퓨터 업계로부터 왔다. 애플이 새로운 휴대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을 노키아라고 듣지 못했을까. 그저 남의 식당 일로 가볍게 여겼던 건 아닐까.

대박 식당은 손님들이 주는 압박을 그저 수용한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기울인 혁신기관이다. 대기업이 혁신하기 위해선 모두 시장으로 나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사람들은 그 존재 자체로 유언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특징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휴대폰을 사고,관광상품을 사고,어떤 상품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대부분 직원들이 '혁신은 우리 회사의 누군가가 알아서 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회사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