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먹거리 물가' 잡으려면 외식문화 바꿔야
최근 외식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너무 지나치게 오른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외식비가 오르는 이유는 식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배추,무,파 등과 같은 채소류나 한우 등과 같이 일부 내린 것도 있지만,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콩 61.3%,돼지고기 46.3%,달걀 29.6%,고등어 23.5% 등 대부분의 식재료 가격이 급상승한 게 사실이다.

외식비가 이처럼 식재료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식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 음식점에서 식비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 정도다. 만약 식재료비가 30% 인상되면 식비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나 인건비 인상을 차치하더라도 10% 정도는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외식비 물가를 잡으려 해도 식재료비 인상을 따져보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잘못된 외식문화를 바꿔 물가를 잡는 것이다. 과도한 식사량,불필요한 밑반찬,긴 식사 시간 등이 우리의 외식문화 모습이다. 여기에 거의 모든 음식점들에서 밤낮 구분 없이 술을 팔고,한때 금지됐던 식당 흡연도 슬그머니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화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시간 낭비,비만,질병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특히 식당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비용이 연간 18조원에 달하며,상당 부분 잘못된 외식문화로 인한 것이다. 외식비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버려지는 쓰레기가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외식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1982년과 1988년,1992년에도 '주문식단제'를 도입하는 등 음식문화 개선 정책을 시도했다. 1999년에는 '환경사랑음식점'을 장려했으며,최근에는 '빈 그릇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 처방으로 그치고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외식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음식점을 사교형과 생활형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음식점은 사교형으로 두고 생활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활형은 인체 건강 칼로리를 정량화 · 등급화하고,음식물 쓰레기 제로 식단,식사시간 규제,주류 판매 금지,가격 제한 등 필요한 조건을 가하면서 동시에 세제 감면,친환경 · 저탄소 혜택 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 식단을 저가에 제공할 수 있는 음식점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사교형 음식점에 대해서는 환경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잘못된 외식문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사용자가 지불하게 하고 이렇게 모인 돈은 우리 사회의 환경 개선,건강 증진,음식문화 선진화,생활형 음식점 정착 지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사교형은 점차 생활형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단군 이래 가장 잘 먹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먹는 음식의 4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만든 음식의 25%를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잘못된 음식문화로 인체와 환경이 병들고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과도한 음식은 건강을 해치고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악취와 질병,온실가스 배출,물 대기 토양 등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너무 많은 음식을 제공하고 남기면 버리며,그 대가로 비싼 식비를 요구하고 있다. 식재료 인상으로 외식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지금이 친환경 음식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다.

박석순 <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한국환경교육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