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해외 패션 브랜드 사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랜드는 이탈리아산(産) 유명 여행가방 브랜드인 '만다리나 덕'(사진)을 인수했다고 19일 밝혔다. 만다리나 덕은 이랜드가 최근 3년 사이에 인수한 여덟 번째 해외 패션 브랜드다.

1977년 첫선을 보인 만다리나 덕은 화려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샘소나이트와 함께 고가 여행가방 및 백팩 분야 최강자로 꼽히는 브랜드다. 가격대는 샘소나이트보다 20~30% 정도 높다. 전 세계 900여개 매장에서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가 만다리나 덕을 보유한 부라니그룹에 낸 인수 금액은 700억원 안팎이다. 부라니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가 심해지자 알짜 브랜드인 만다리나 덕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취약 부문이던 가방 등 액세서리를 강화하기 위해 만다리나 덕을 인수한 것"이라며 "이 브랜드의 명품 이미지를 앞세워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만다리나 덕을 인수했지만,국내 사업은 현 수입 업체인 '나자인'이 그대로 맡는다. 이 업체가 과거 부라니그룹과 만다리나 덕 브랜드에 대한 장기 수입판매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2009년 베트남 탕콤을 시작으로 피터스캇(스코틀랜드) 글로버롤(영국) 라리오(이탈리아) 벨페(이탈리아) 무드라(인도) 록캐런(스코틀랜드) 등을 손에 넣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뉴발란스 본사로부터 베이징 상하이 톈진 칭다오 광저우 등 중국 핵심 상권을 책임지는 총판으로 선정된 데 이어 5월에는 미국 명품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와 절반씩 투자해 중국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업계에 '이랜드가 중국에서 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중 · 저가부터 명품에 이르기까지 이랜드가 거느린 브랜드가 한층 다양해진 만큼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