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친다. 이탈리아 재정위기로 유로존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벤 버냉키 FRB 의장이 3차 양적완화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환율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우리로선 대응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엔 · 달러 환율은 어제 한때 78.47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엔화 가치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럽에 이어 미국 경제마저 낙관하기 어렵게 되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위기 여파로 지난주부터 급락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는 하락세가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더욱이 중국이 심각한 인플레로 긴축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일본 역시 지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글로벌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

특히 엔화의 움직임은 우리로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크다. 엔 강세는 당장 우리 수출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한 엔캐리 트레이드는 청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엔강세→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강세'의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엔화 움직임을 보면 지난 3월17일 기록한 사상최고치(76.52엔)가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인 만큼 그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구조상 대외 변수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 위기, 미국 재정위기, 중국 경착륙이 동시에 터지는 '퍼펙트 스톰'을 경고한 바 있다. 위기 대응책을 재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