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서 삼성증권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국내 IB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자산관리(WM)부문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연합인포맥스가 공동 조사한 '상반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삼성증권이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분야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실적(4위) 1개 분야에 불과했다. 리그테이블은 인수 · 합병(M&A) 재무자문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9개 분야로 이뤄져 있다.

공모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실적(8위)과 채권인수(8위) IPO(10위) 등 3개 분야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과 함께 증권가 IB '빅3'로 꼽혔던 예전 명성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IB부문의 개별 프로젝트도 잇따라 실패하거나 혼선을 빚고 있다. IPO주관을 맡았던 중국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의 경우 실권이 발생해 삼성증권이 떠안아야 했다. 200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일본 네프로아이티는 심화되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대주주(네프로재팬) 지분과 경영권을 홍콩계 기업인 만다린웨스트에 최근 매각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CJ 측 자문을 맡았다가 계열사인 삼성SDS의 참여로 계약을 서둘러 파기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WM부문에 집중하다 보니 IB부문이 상대적으로 흔들리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삼성증권 내부에서도 "블루오션인 WM 부문에 집중하다 나타난 결과여서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박준현 사장 취임 이후 자문형 랩 어카운트 판매 등 WM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