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사건 여파로 선수자원 부족현상 심화

"데려올 선수도 없고, 있어도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고…"
전반기를 마치고 각 구단이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재정비하는 시기가 돌아왔지만 사령탑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로 프로축구 K리그의 '선수 기근'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각 구단에서 승부조작 가담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선수 운용에 차질을 빚어온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한 달 이상 지나자 그동안 2군 선수나 대학·고교 선수를 데려와 '돌려막기'를 하던 구단들도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새 선수를 물색해보려 해도 승부조작에 주로 연루된 골키퍼나 수비수 자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신규 영입이 여의치 않다.

주전 골키퍼 권순태가 경고누적으로 출전이 불가능해진 상주 상무는 9일 서울과의 원정에서 수비수 이윤의(24)에게 골문을 맡기는 임시방편을 택하기도 했다.

포항은 측면 수비를 맡던 김정겸이 불법 베팅으로 방출되고 신광훈까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지만 마땅한 수비 자원을 찾지 못해 사실상 영입을 포기했다.

지난 9일 대전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선수 영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확실한 카드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특히 풀백은 메워볼 방법이 없다.

그나마 백업 멤버 수준의 선수라도 구하면 다행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 가진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포 지동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고 주전 선수 4명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남의 사정도 심각하다.

그동안 2군 선수를 1군으로 올리고, 2군에는 광양제철고 선수를 데려오는 등 임시방편을 쓰고도 모자라 10일 수원전을 앞두고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훈련 중인 김영욱과 이종호, 황도연을 불러들여야 했다.

정해성 감독은 "시즌 출발 때는 포지션별로 2명씩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스쿼드를 짜기가 어렵다"며 "2군은 골키퍼를 빼면 8명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 감독은 "새로 영입할만한 선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상무 김정우 정도로 월등한 선수라면 데려오겠는데 딱히 눈에 띄는 선수도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법도 쉽지만은 않다.

한국 축구와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고 연착륙하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의 신진원 감독대행은 "성실하지 못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외슬 대신 다른 용병을 알아보고 있다"며 "박은호(브라질)처럼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며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불거진 '불신 분위기'도 사령탑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해 상무나 전남, 대전 등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들이 올해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런 잘못된 영입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승부조작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나뿐만 아니라 다들 조심스러울 거다.

현재로서는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광양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