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조설립 신고서를 낸 76개 복수노조 가운데 상급단체를 두지 않은 미가입 독립 노조가 72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밖에 3곳은 한국노총을,1곳은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택시와 버스를 제외한 일반 사업장에서 신고한 노조는 강성 노동운동을 펼치던 민주노총 소속이 많아 강성 노조 내 분화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 설립 신고를 한 노조 76곳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고 3일 밝혔다. 노조설립 신고서를 낸 사업장의 성향을 보면 한국노총 소속 32곳,민주노총 소속 28곳,상급단체 없는 독립 노조 11곳,무노조 기업 5곳 등이다. 이 중 택시와 버스노조 등 운수노조가 44곳으로 대부분 소규모 노조다.

버스와 택시를 제외한 일반 사업장 노조 32곳의 성향을 보면 KEC,대우증권,교보생명,서울도시철도공사,대구도시철도공사,남부발전,서부발전,남동발전 등 17곳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고 국민은행,농협,순천향병원 등 8곳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이다.

5곳은 상급단체 미가입 사업장이고 2곳은 무노조 기업이다. 이들은 복수노조 시대 노동운동의 향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강성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KEC(직원 1083명)의 경우 새 노조는 기존 강경 투쟁에 싫증을 느낀 온건세력을 중심으로 뭉친 노조다. 13명이 신고했는데 상급단체를 두지 않았지만 이들 노조는 다수 노조로 조직을 장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KEC의 노사관계도 갈등에서 상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직원 3300명)의 신규 노조는 6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다. 2200여명이 가입한 기존 노조에 크게 못 미친다. 근무 환경과 영업 환경이 달라 본사 노조로는 지점 직원 권익을 대변할 수 없어 지점 노조원 중심의 복수노조를 설립했다는 게 새 노조의 출범 이유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강성 사업장에서도 노조가 분화해 벌써부터 운동노선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이 예상된다. 남부발전은 656명이 설립 신고서를 내 기존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를 제치고 다수 노조로서 규모를 갖췄다. 동서발전은 이미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 기업별 노조가 만들어졌고 서부발전과 남동발전도 새 노조 설립을 신고해 발전노조에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노동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기존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인 농협과 국민은행 등에서 새 노조가 만들어져 한국노총 사업장에도 노노 간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택시업체인 한성운수는 비정규직 사원들이 만들었던 77명의 상조회를 노조로 전환해 정규직 20명으로 이뤄진 기존 노조를 가뿐히 앞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노동운동의 풍향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의 움직임으로 볼 때 노사안정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