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론스타에 1조5000억원을 대출했다고 지난 주말 공시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5000억원에 가까운 현금배당을 실시해 외환은행이 껍데기만 남게 됐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하나은행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담보로 잡고 빌려 준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1조5000억원을 4.64%의 금리로 조달해 놓았는데 이를 론스타에 6.7%로 대출했으니 2.06%포인트의 마진까지 생겨 하나은행에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옳은 설명이 아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해서 환영할 일도 아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로 사실상 중지된 상태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유죄로 확정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경영권 매각작업은 원천 무효가 된다. 당연히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체결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도 무효로 돌아간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주식매각 명령이나 하나은행의 주식인수가 결과는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또 대주주로서의 매각과 명령을 통한 매각이 같을 수는 없다.

관련 법적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함부로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론스타에 거액을 대출해 준 것은 누가 봐도 주식 매각 대금을 편법적으로 선지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지분매각이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론스타가 미리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나은행은 대출금액이 론스타 보유 외환은행 주식 가치의 절반 정도여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1조5000억원 이상 피해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매각대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론스타는 이미 투자금액 2조1000여억원을 훨씬 넘은 2조9000억원가량을 회수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외환은행 지분 전체를 날려도 부담이 없다. 결국 론스타는 이번 대출로 하나금융과의 매매계약도 연장하고 매각대금의 절반도 미리 회수한 셈이다.

하나은행의 이번 편법 대출은 결코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아니다. 만일 이번 대출이 계약 연장 협상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는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을 재심사하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심이 끝나기도 전에 감행한 편법 행위다. 론스타와 체결한 계약이 유효하다는 제멋대로의 전제하에 법적 절차와 정부 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거래다. 은행업은 고도로 공익성이 중시되는 규제산업이며 면허산업이다. 당국은 하나은행의 이번 대출을 엄격하게 따져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심혈을 기울여온 하나은행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원칙 없이 밀어붙인다면 이도 금융업자로서는 정당한 행동 준칙이라고 볼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