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0여년 동안 고수해왔던 선(先)발명주의라는 특허제도 원칙을 폐기한다는 소식이다. 특허 출원일과 관계없이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발명주의 대신 선출원주의를 채택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이 상 · 하 양원을 통과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미국 특허제도의 획기적 변화인 동시에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허제도의 세계적 통합을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등 각종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자국의 선발명주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지만 그때마다 자국내 발명가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의 선발명주의는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적 뿌리가 깊다. 이민을 통해 국가의 기틀을 세웠던 미국으로서는 당시 선진국이었던 영국의 견제와 간섭을 피하기 위해 지재권에 대해 부정적인 기본 입장을 유지했다. 토머스 제퍼슨만 하더라도 '지식은 등잔불과 같아서 누가 옮겨 붙이더라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며 특허제도 자체에 반대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유럽으로부터의 이민자들이 "내가 유럽에 있을 때 이미 발명했던 것"이라는 억지주장만 내세우면 이를 인정해주는 식의 특허 제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어떻든 미국 특허 제도의 이번 개혁은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각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특허를 얼마 냈느냐를 기술경쟁력의 지표로 삼을 만큼 미국내 출원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앞선 미국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언제 서랍속 발명노트를 끄집어낼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선발명 주장 때문에 소송에서 다른 국가 기업들이 당황했던 경우들이 적지않았고, 특허가 성립된 후 먼저 발명한 사람의 권리가 인정돼 특허의 권리자가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미국에서 특허출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어서 더욱 반갑다.

동시에 특허제도가 국제적으로 통일화되는 만큼 선출원주의에 따른 특허경쟁이 그만큼 격화될 것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미국내 특허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은 물론 일본,독일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소송 또한 그에 비례해 빈발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분쟁과 유사한 사례들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허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상황이다. 산업계와 정부는 특허 전략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