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운영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그거 한물 간 얘기 아닌가요?"

감사원 내부개혁을 위한 TF의 진행현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뭘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투였다.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졌는지,결과 발표는 언제 할 건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감사원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5월27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자 사흘 뒤인 30일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와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며 부랴부랴 내부개혁 TF를 구성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1주일 이내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처음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발표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국회의 상호저축은행 국정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대신 칼날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전국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등록금 감사'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공직자들의 비위사례가 잇따라 적발되자 "7월부터 1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고강도의 공직감찰 활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대형' 감사계획들은 5월10일 양건 감사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올해 감사계획에 대해 설명할 때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다.

이 같은 감사원의 행태에 대해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모두 개인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를 핑계로 감사원 자체 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감사원이 대학의 문제점과 공직자 비리를 파헤치기에 앞서 스스로 양심에 찔리는 게 있어선 곤란하다. 양 원장도 지난달 15일 국회에 출석해 은 전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에 대해 "석고대죄할 일"이라며 강한 개혁을 약속했다. 남에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서 자체 개혁은 '한물 간 얘기'로 취급하는 감사원의 모습에서 개혁 의지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