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지금이 기회"…ELW 영토 확장 총공세
국내 증권사가 주식워런트증권(ELW)의 부정거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움츠러든 틈을 타 외국계 증권사가 ELW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진출을 선언한 BNP파리바증권 등은 간판 마케터들을 영입하며 시장 재편에 나섰다. 8월부터 도입되는 기본예탁금(1500만원)과 검찰 수사라는 위기 속에서 ELW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ELW 2세대 마케터 등장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BNP파리바증권은 ELW시장 진출을 위해 유지은 맥쿼리증권 파생영업부 상무를 영입했다. 유 상무는 이혜나 노무라금융투자 상무,윤혜경 도이치증권 이사와 함께 국내 ELW시장을 대표하는 '1세대 마케터'로 꼽힌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유 상무는 맥쿼리증권이 국내 ELW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이라며 "간판 마케터들의 도미노식 이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ELW시장 진출을 선언한 다이와증권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황재훈 이사를 영입했다. 파생상품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여성 마케터가 주류인 국내 ELW시장에서 '청일점'으로 활약해왔다. 메릴린치도 노무라금융투자에서 파생 마케팅을 맡았던 김병혁 차장을 스카우트했다. 30세의 나이로 최연소 마케터에 해당한다. ELW 마케터들의 성별과 출신,연령이 다양해진 것은 업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사법처리 제외'집중 활용

외국계 "지금이 기회"…ELW 영토 확장 총공세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처럼 경쟁 체제를 강화한 것은 최근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ELW시장의 불공정 행위 혐의로 지난 23일 증권사 사장을 포함한 48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영업 조직을 통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등 '큰 손'들과 결탁,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이번 사건과 연루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외국계는 국내사와 달리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대부분 법인이 아닌 지점으로 진출하는 데 이 경우 ELW를 자체 상장할 수 없다. 따라서 맥쿼리증권과 노무라금융투자,도이치증권 등을 제외하면 유동성 공급자(LP)로만 참여한다. LP들은 ELW 발행시 헤지(위험 회피) 비용과 판매 가격 차이를 마진으로 가져간다.

한 외국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이미지가 훼손된 국내사와 달리 외국계는 투자자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간판 마케터들을 내세워 업계 재편을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LW시장 세계 1위인 홍콩에서는 유명 연예인이나 아나운서를 마케터로 채용해 투자 판단을 이끌기도 한다.

금융당국이 ELW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도입한 것이 경쟁을 위축시키는 요인은 아니라는 게 외국계의 판단이다.

한 외국계 마케터는 "외국계 증권사에서 ELW는 유일한 리테일(소매) 사업이라 브랜드 이미지를 가꾸는 데 필요하다"며 "ELW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파생 영업의 한 축인 만큼 수익이 적어도 일단 참여하는 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