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국내 기업집단 중 자산 순위 32위(4월 기준 · 공기업 포함)인 효성그룹의 모회사다. 섬유와 산업자재에서 시작해 화학 중공업 무역 건설 등 폭넓은 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11조5915억원, 영업이익 6291억원,당기순이익 1918억원을 올렸다.

섬유 부문에서는 수영복과 속옷 등에 쓰이는 스판덱스와 산업자재 사업 부문의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차단기와 변압기 전력사업 모터 감속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중공업 부문은 2001년 6881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이 지난해 1조7001억원으로 147% 증가하는 등 성장의 또 다른 중심축이 되고 있다.

아울러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아라미드 섬유,TAC필름(액정패널용 보호필름),NF3(삼불화질소)가스 등 고기능성 소재 등 신규 사업 분야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 부문의 스틸코드 사업 역시 일본 스미토모사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 베트남 지역에 생산설비를 짓고 현재 7% 선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진흥기업 제외하면 1분기 실적 호조

지난 1분기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기준 매출은 2조7920억원,영업이익은 442억원으로 하나대투증권 전망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중공업을 제외한 섬유,산업자재,화학 등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진흥기업(지분율 50.7%)의 연결 실적을 반영한 탓이다. 진흥기업으로부터의 영업손실 880억원을 제외하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추정치(926억원)에 비해 상당히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중공업은 개별 54억원,연결 131억원 적자에 그쳐 양호한 성과를 냈다. 계절적 비수기 진입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고정비 증가,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수준이다.

특히 진흥기업과 채권단 간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약정(MOU)을 체결해 그간 효성의 실적과 주가 발목을 잡았던 '진흥 리스크'도 상당히 떨어졌다. 진흥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증을 피할 수 있게 돼 진흥기업이 정상화하지 못하더라도 효성과 진흥기업이 연결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와 업황 호조로 1분기보다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다. 중공업 부문도 원가 절감 노력 등으로 흑자로 전환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효성의 주가수익률(PER)은 6.8배로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3세 경영권 이양 관련 관심 고조

효성은 국내 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룹 내에 효성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비중이 미미하다. 1966년 설립된 동양나이론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계열사였던 효성물산,효성중공업,효성생활산업 등을 흡수 합병한 데 따른 것이다. 스판덱스,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수지,나일론 등 섬유를 위주로 한 주력 사업이 계열사 흡수 합병 과정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됐다.

효성그룹을 창업한 고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조석래 회장이 현재 만 76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효성의 경영권 승계에 시선이 쏠리는 시점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36.74% 중 조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10.32%다. 아들 3형제 중 조현준 효성 사장의 지분율이 6.94%이며 조현문 효성 부사장은 7.18%,조현상 전무는 6.79%로 지분율이 비슷하다.

회사 분할 등 3세 경영권 이양과 관련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3세 경영권 이양이 불가피한 만큼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회사의 향후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효성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의 가치가 크지 않은 만큼 경영권 이양은 효성의 사업 부문을 각각의 회사로 독립시키는 회사 분할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세 위축은 풀어야 할 숙제

10년 전에 비해 위축되고 있는 사세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도 숙제다. 2001년만 해도 효성그룹의 자산은 4조9000억원으로 자산 순위 16위였다. 하지만 지난 4월 현재 자산은 9조7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었지만,자산 순위는 32위로 크게 밀려난 상태다.

기업 존재의 본질이 적정 수익성 확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순위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효성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0년 10.3%를 고점으로 2005년 1.7%까지 급락했다가 중공업 부문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2009년 5.9%까지 회복했다. 규모는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그다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 시도한 하이닉스 인수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효성은 이처럼 사세 확장을 위해 앞으로도 신사업 진출이나 대형 기업 인수 · 합병(M&A)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효성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아라미드 섬유,TAC필름,NF3가스 등 고기능성 소재 분야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현재로는 신사업의 성장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높은 성장세가 단시일 내에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3세로의 순조로운 경영권 이양과 함께 효성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chaoslee@han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