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원주민 "헐값에 수용된 땅 비싸게 사라니"
"주민들로부터 헐값에 땅을 수용한 국방부가 국토해양부에 넘기면서 시가 보상을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

20일 위례신도시에서 만난 원주민 김모씨는 위례신도시 대상 부지 73%를 소유한 국방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가 대체 골프장 마련에 이어 시가 보상을 요구,2년가량 사업이 늦어지고 이주자택지 등의 값이 올라 재정착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정착 비용 늘어나는 원주민

위례 원주민 "헐값에 수용된 땅 비싸게 사라니"
국방부 소유 땅에 대한 보상가가 올라가면 원주민들이 받는 땅값도 올라간다. 원주민들은 위례신도시에 편입된 땅을 내놓는 대가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대토(상가용지) 등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들 용지의 공급가는 조성원가에 연동된다. 보상가가 높아져 조성원가가 올라가면 원주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땅값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용지를 받을 예정인 원주민은 생활대책용지 700여명,이주자택지 200여명,대토 136명 등이다.

특히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 받기로 결정한 대토보상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원주민 정착 마을인 위례드림시티의 홍용기 대표는 "위례신도시 내 토지 보유 원주민들은 보상금 수령과 이주를 어느 곳보다 빨리 끝내는 등 정부 정책에 협조해왔다"며 "보상가가 높아져 이주자택지 등의 공급가가 뛰면 원주민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가로 수용하고선 비싼 값에 판다"

원주민들은 신도시를 만들면서 원주민 땅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수용하고 국방부 땅은 시가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0년간 군부대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해온 터라 불만은 더욱 크다. 이들은 군부대가 들어오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땅을 수시로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원주민 박병주 씨는 "국방부가 보상가를 높여 신도시 내에 땅을 받기로 한 원주민들에게 또 피해를 주려 한다"며 "사용 목적이 끝났으면 시가 보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원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주민들은 사업 차질에 따른 피해도 지적했다. 당초 2013년에 끝낼 예정이던 위례신도시는 2015년 완공도 빠듯해졌다는 게 건설업계 분석이다. 이철규 위례드림시티 자문위원은 "다른 신도시와 달리 재정착하려는 원주민들이 많다"며 "이들은 위례신도시 근처 임시 거주처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 대기자 불만도 높아져

위례신도시 신규분양 예정 아파트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물량이다. 청약가점이 높거나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길어 당첨 가능성이 높은 수요자 중에는 다른 곳에 청약하지 않고 기다린 이들이 많다. 분양가가 낮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소유 토지를 비싸게 보상하면 분양가가 높아져 투자 메리트도 떨어진다. 위례신도시 물량 4만3000여가구에 당첨되는 모든 수요자들이 피해자인 셈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개발 계획 발표 때 3.3㎡당 1100만원에 분양하겠다고 한 신도시"라며 "위례신도시 보상가 논란에 불만을 얘기하는 청약 대기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