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인천 강화 교동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2사단 경계병들이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사격한 사건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사건 직후 해병대는 민항기가 평소보다 북쪽으로 비행해 사격을 가했다고 했지만 확인결과 민항기는 정상항로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여객기는 소총 사거리보다 먼 지점에 있어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군은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기 식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넘기려는 분위기다.

해외의 시각은 다르다. 특히 중국과 홍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의 주요 언론은 해병대의 민항기 오인사격을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광저우일보 등 일부 신문은 당시 여객기의 항로를 지도 위에 표시하면서 자세히 알렸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포털인 바이두(www.baidu.com)에서는 뉴스 포털에 두 번째 뉴스로 배치했고,수십개의 관련기사가 붙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 군인들 민항기에 사격'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이들 신문은 이 비행기가 중국의 청두에서 이륙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군의 실수는 광범위한 의문과 비판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군 당국은 비행기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고 주장했지만 항공사가 이를 부인했다"며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는 이번 사건이 최근 북한 주민의 귀순 사건 이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이 다소 과장되게 보도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당시 여객기가 인천공항으로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1524m 정도로 낮춘 상황이었는데 K-2 소총의 최대 사거리가 3300m인 것을 고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공군은 지침을 통해 적기로 확인되면 대공미사일 등을 발사하도록 돼 있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서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57만여명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