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전력사용량이 1년 전보다 4.9% 늘었다고 15일 발표했다. 최대 전력수요 대비 여유전력을 의미하는 공급예비율은 15.2%로 전년 동월(18.4%)보다 3.2%포인트 떨어졌다.

6월에는 전력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2주(6월1~14일)간 하루평균 전력수요는 5월보다 8% 정도 증가했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6월과 비교해도 상당폭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력수요 증가의 원인은 때이른 무더위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등 전국에 무더위가 이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올 여름에도 또다시 '전력대란'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보통 여름철 전력피크는 7~8월이다. 지난해에는 여름철 최대 전력공급능력이 7530만㎾인 데 반해 최대 전력수요(특정시간 기준)는 7070만㎾까지 치솟았다. 여유전력은 460만㎾로 비상상황인 400만㎾를 간신히 웃돌았다.

원가를 밑도는 전기요금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한 것이 1차 원인이지만,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로 공급능력을 제때 확충하지 못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정부는 2002년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최대 전력 수요를 6062만㎾로 전망했다. 여기에 맞춰 공급능력을 7582만㎾로 확충하고 공급 예비율을 25%로 맞출 계획이었다.

이런 예측은 결과적으로 엉터리였다. 전력 수요 증가를 처음부터 잘못 전망해 발전소를 적게 지은 탓이다. 전력계획 수립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전력사용량이 연평균 3.3%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2000년대 들어 실제 전력사용량은 연평균 5.7%나 늘어났다.

정부는 현재 올해 여름 최대 공급능력과 최대 전력수요가 각각 얼마나 될지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작년 여름과 그리 달라진 게 없다.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를 밑돌고,신규 발전소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빠졌다. 싼 값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원전 신규 건설이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올 여름에도 또 다시 '전력대란' 얘기를 들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