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기업 하기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웠더니 정부의 지원 혜택 160개가 일시에 사라지고 대신 대기업과 똑같은 규제가 기다리고 있더라"는 것이 중견기업인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더구나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까지 지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견기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결국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는커녕 기업을 요리조리 쪼개서라도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 이 땅의 중견기업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산업발전법을 개정, 중견기업이라는 용어를 법제화시켰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견기업이란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들을 지칭한다. 중견기업을 이처럼 새로 규정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금융, 세제, 인력 등 각종 지원혜택이 사라지는 데 따른 충격을 완화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호칭이 어떻든 중소기업에 주는 혜택을 줄이기 위한 편법적 발상이라는 것이 최근 공개리에 경영상 어려움을 하소연한 이들 중견기업의 시각이다.

▶ 관련기사 보기

중견기업들의 이 같은 하소연은 시장 개입적인 정부의 기업 정책이 필연적으로 봉착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과 장려,그리고 규제라는 인위적 장벽이 결국 기업 생태계를 자의적으로 구획 짓는 부작용을 노정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수백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피터팬 증후군을 낳고, 대기업 규제는 중견기업의 성장의욕 자체를 완전히 꺾어 놓는 모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소 · 중견 · 대기업들이 각자 놀아야 할 영업구역까지 인위적으로 분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이유가 없고 경쟁적으로 정부의존적이 되고 만다. 그 결과가 바로 새로운 재벌이 탄생하지 않는 것이고 중소기업계의 생존압력은 높아지는 그런 기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