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방안 중 SK C&C 인수 가능성 유력

SK그룹이 SK증권 처리 문제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SK그룹은 다음달 3일까지 금융 자회사인 SK증권을 지주회사 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의 강경한 반대로 통과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설사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법안이 공포되는 즉시 시행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법위반에 따른 제재는 불가피하다.

증권업계에서는 SK그룹이 SK증권 처리와 관련해 선택할 방안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 법안 통과 기대 '버티기' = 첫째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하며 버티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어 SK그룹으로서는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다.

다음달 3일까지 SK증권 처리를 미루고 그전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과징금은 법 위반 금액(장부가로 산정)의 최대 1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위법금액은 SK네트웍스와 SKC가 SK증권을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액이 된다.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팔라는 시정명령이 나올 수도 있다.

지금은 어느 선에서 제재가 이뤄질지 추정하기 힘들다.

다만 과징금이 상한선인 법 위반 금액의 10%까지 부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지분매각 명령 개연성이 낮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요건을 위반한 지주사에 지금껏 상한선인 10%를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한 전례가 없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2009년 4월이다.

벌써 2년이 넘었다.

SK그룹은 공정위의 제재 심의 과정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만 믿고 처리를 유보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과징금 조치나 시정명령이 내려오는 시점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도 SK그룹에는 시간을 버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법 위반에 따른 제재가 불가피하지만 그 사이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법 위반에 따른 제재 수위는 매우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박인규 기업집단과장은 2일 "법위반 내역 파악과 조사, SK 측의 소명 청취, 심사보고서 작성 및 전원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제재 부과시점은 일러도 2∼3개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계열사로 지분 이동…'옥상옥 지주사' SK C&C 인수 유력 = 두 번째로 선택하는 방안은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SK증권의 최대주주는 22.71%의 지분을 보유한 SK네트웍스다.

SKC도 7.73%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SK네트웍스와 SKC가 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여서 SK증권은 SK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따라서 SK가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려면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만일 SK증권 지분을 SK그룹 내 계열사로 옮긴다면 받아 줄 수 있는 곳은 SK C&C가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건설, SK해운 등 다른 계열사들은 모두 지주회사의 우산 밑에 있어 SK증권 지분을 받아줄 여건이 안된다.

그러나 SK C&C는 지주회사 규제를 피할 수 있다.

SK C&C가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31.8%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상옥 지주사'인 셈이다.

더군다나 SK C&C는 그룹 사주인 최태원 회장이 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SK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SK C&C가 SK증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을 축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동을 일으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데 1천800억∼2천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SK C&C의 현금 여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액수다"라고 예상했다.

◇ 미련없이 '털자' = 마지막 방안은 SK증권을 제삼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이는 SK그룹이 금융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

매각을 발표하더라도 법 위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정위나 증권업계도 제삼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업이 매우 필요한 상황인 최태원 회장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합작 카드사를 만들 만큼 최 회장은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와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SK그룹은 국내 대기업그룹 중에서 자금 소요가 매우 많은 편이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SK증권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SK증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 측에서도 SK증권의 보유 필요성을 크게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지분을 SKC에 넘기고 SK가 보유한 SKC 지분을 최신원 SKC 부회장 등에게 넘겨 SKC를 그룹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사실상 사촌지간인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부회장의 재산분할과도 같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SK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고유권 기자 pisces738@yna.co.kr